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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의 독점을 꿈꾸는 대학

이덕환의 과학문화 확대경 (127)

2008년 03월 11일(화)


과학문화 확대경 요즘 대학에도 광풍(狂風)이 불어닥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만든다는 핑계로 대학들이 ‘교수 몰아내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몇몇 이공계 대학에서 경쟁적으로 시작된 교수 몰아내기가 이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초대형 태풍으로 변해 가고 있다.

물 론 아직도 교수 몰아내기는 이공계에만 한정된 일이고, 퇴출의 근거는 아직도 논문뿐이다. 교수 몰아내기에 이어서 ‘외국인 교수 모셔오기’ 경쟁도 시작될 모양이다. 이제는 무차별적인 교수 몰아내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잦아들고 있다. 그런 지적은 변화를 거부하면서 현실에 안주하려는 무능한 ‘수구골통’의 몸부림으로 비난을 받는 형편이다.

물론 대학이 변해야 한다

우 리 대학이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순히 변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혁명이 필요한 형편이다. 대학 입시에서 제도, 운영, 관리에 이르는 모든 것이 문제다. 심지어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진정한 존재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 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해석은 그야말로 백인백색(百人百色)이다. 정부, 대학 운영자, 교수, 학생, 직원들이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교수의 연구 성과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 돼버렸다.

최근에는 우리에게 ‘세계적 대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세계적 대학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외국 언론사의 평가 순위에 올라가야 한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우 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대학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없다. 더욱이 교수 몰아내기와 외국인 교수 모셔오기로 그런 대학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저 다른 대학이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을 뿐이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다.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마구 몰려가고 있는 기막힌 형국이다.

대학의 조직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연구 성과를 강조하는 개혁을 추진하면서 정작 대학 연구의 핵심인 대학원 조직을 해체해버린 대학도 있다.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의 ‘운영’을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개혁을 핑계로 대학을 마구 휘저어 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대학을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역량을 가진 총장이 필요하다.

대학의 교육 기능도 중요하다

대학의 연구력은 중요하다. 연구를 외면한 대학은 진정한 대학이라고 할 수 없다. 대학의 연구력은 교수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절박하다. 이공계 박사급 인력의 80퍼센트가 대학에 집중되어 있는 형편에 이공계 교수가 연구를 외면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전체가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다고 대학이 연구 기능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대학에서의 연구도 궁극적으로 학생을 교육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현재의 상황이 걱정스러운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어느 대학이나 교수의 성과 평가는 연구 성과에만 집중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연구 논문의 양(量)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연구에 게으른 교수의 퇴출 압력은 교수들에게 교육을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 공연한 걱정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명백한 현실이다.

인재의 독점은 경계해야

현 재의 교수 몰아내기 바람이 걱정스러운 이유는 또 있다. 사실 교수의 퇴출 바람에 앞서 지난 몇 년 동안 일부 상위권 대학들은 중하위권 대학에서 애써 길러놓은 유능한 교수들을 싹쓸이해왔다.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정부가 소속 교수들의 평균 연구 업적을 기준으로 대규모 지원을 해주었기 때문에 나타난 일이었다.

결국 상위권 대학들은 자신들의 연구 업적을 향상시키거나 유능한 젊은 교수들을 발굴하려는 노력 대신 중하위권 대학에서 능력이 검증된 교수들을 싹쓸이 해버리는 길을 선택했다. 중하위권 대학이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 제 유능한 교수 인력을 독점해버린 일부 대학이 정말 분통 터지는 주문을 하고 있다. 중하위권 대학이 자신들의 학교에서 몰아낸 교수들을 받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하위권 대학을 직접 찾아가서 그런 주문을 하는 총장도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일이다. 세계적 대학을 핑계로 모든 것을 독점해야 한다는 뜻일 뿐이다. 그동안 정부와 사회로부터의 지원을 독점한 것으로도 부족해서 이제는 남이 길러놓은 인재까지 독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위권 대학의 인재 독점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상위권 대학은 젊은 인재의 발굴 기능을 포기해버리고 있다. 결국 젊은 과학자가 원하는 직장을 얻기는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유학 중인 우리 인재들 중에서 절반 이상이 귀국을 포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단순히 자녀 교육 때문에 귀국을 포기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더욱이 중하위권 대학이 언제까지나 젊은 과학자들의 능력 검증 기관 역할을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는 그런 대학들 자체가 퇴출될 것이 분명하다. 교수 퇴출의 바람이 이공계 대학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도 심각하다. 외환위기 이후에 시작되었던 이공계 기피 현상이 되살아날 수도 있는 일이다.

대학의 변화는 꼭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변화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일본을 흉내낸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남이 장에 간다고 거름을 지고 따라가는 식의 개혁으로는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변화가 불가능하다. ‘교수 몰아내기’와 ‘외국인 모셔오기’는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 사회에는 맞지 않는 남의 전통이다. 변화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 사이언스타임즈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 duckhwan@sogang.ac.kr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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