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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의 '엄마의 집'

이주향 수원대 교수

40대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면 스무 살을 갓 넘긴 딸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빠와 살 때는 온기없는 인형처럼 무감각하게 살았던 엄마가 남자 친구를 만나 다정하고 상냥해졌다면 젊은 딸은 엄마의 사랑을 승인할까요, 질투할까요? '엄마의 집'의 딸은 이렇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아저씨는 엄마와 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내 외로움을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장본인이다. 하지만 엄마에게 아저씨가 없다면 가엾다."

결혼을 사랑의 무덤이라 하는 까닭은 결혼 후에는 배우자 이외의 사람을 공식적으로는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평생 사랑할 사람과 결혼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또 어쩔까요? 결혼할 당시 우리는 그 사람이 평생 사랑할 사람인지, 아닌지 알기 힘든데요. 더구나 젊은 날 사랑과 결혼의 운명은 대부분 착각과 도취가 빚어낸 환상 아니던가요. 엄마가 딸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네요. "실제로 사람이 만나는 건, 드라마와 달라. 말할 수 있는 게 아냐. 질서 있는 인과관계도 없고. 착각과 도취, 혹은 무지한 고집과 자기합리화와 이상한 자포자기 같은 것이 운명을 만들기도 하지."

살면서 우리는 그 착각과 고집과 자포자기의 대가를 톡톡히 지불합니다. '엄마의 집'에서 엄마는 이혼을 했고 아빠는 볼품없이 늙어갔으며, 부모의 운명 속에서 시달리며 성장한 딸은 꿈꾸는 법을 잊어버리고 애늙은이가 됐습니다. 모두가 상처인 거지요.

사실 가까운 관계란 상처가 없는 관계가 아니라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입니다. 엄마가 딸에게 말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면 상처가 많이 생긴단다. 다른 여자에게 시선을 주어도 마음이 아프고 헤어질 때 한 번 더 돌아보지 않고 총총 가버려도 상처를 받지.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상처가 되고 언젠가는 우리가 죽을 거라는 사실도 상처가 돼."

중요한 것은 그 상처가 우리를 돕는다는 거지요. 상처를 주고받는 순간에는 기진맥진, 상처로 무너지는 듯 보이지만 결국 상처로 인해 사람들은 진짜 어른이 되어갑니다.

엄마 아닌 여자를 몰래 사랑한 아빠! 그 아빠를 미워한 딸은 이렇게 어른이 됐습니다. "내 미움의 근원은 아빠를 아빠라는 개념의 감옥에 가두고 그 역할을 요구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내가 아빠를 개념의 감옥에 가두는 폭력을 자행했다니 놀라웠다." 어른이 된다는 건 불안과 두려움으로 진실을 옹색하게 각색하지 않는 것이고, 가혹한 진실마저 묵묵히 받아들이는 겁니다.

엄마는 이혼 후에 아빠를 한 사람으로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고, 또 다른 사랑을 하면서 사랑이 사람을 외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없어 스스로 외로움으로 고립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혼자 있는 사람이 외롭다는 건,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오해야. 사람은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어 외로운 거야. 사람은 진짜 어른이 되면 타인에게서 사랑을 바라지 않게 된단다. 묵묵히 삶에 복무하는 거지."

[참고자료]
이주향의 책읽기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2/01/2008020101504.html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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