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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처음이나 중간이나 마지막이나
예외 없이 고통과 슬픔을 수반하겠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것은 사랑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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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논설위원

# 나는 다섯 살 터울의 막내누나를 좋아한다. 엉뚱한 말 같지만 가끔 언젠가 훗날 막내누나가 세상을 뜨면 정말 슬플 거란 생각을 한다. 그 막내누나가 얼마 전 교회의 권사로 임직했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니시던 바로 그 교회에서! 그런데 권사 임직 예배가 있던 날 막내누나가 입고 나온 한복은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한복은 십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권사 은퇴를 하던 날 입으시고 훗날 막내누나가 권사가 되면 꼭 입으라고 신신당부하며 남겨놓은 한복이었다. 막내누나는 키가 1m70㎝이고 돌아가신 어머니는 1m60㎝가 채 안 되셨는데 일부러 막내누나 치수에 맞춰 한복을 지은 후 당신께서는 대충 접어 입으셨다고 한다. 그 얘기를 누나한테 들으면서 나는 애써 눈물을 참았지만 속으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비록 다른 분들이 입은 한복보다 때깔은 덜 났을지 모르지만 막내누나가 입은 한복은 그 누구의 것보다 아름다웠다. 거긴 어머니의 속 깊은 사랑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 “레아를 위하여!” 영화 ‘더 콘서트’에서 30년 동안 악기를 손 놓았던 이들이 다시 모여 기적처럼 신들린 연주를 하게 만든 마법 같은 주문이다. 영화 속에서 볼쇼이 교향악단의 지휘자 안드레이는 유대인 단원들을 퇴출시키라는 당 상부의 명령에 불복한 죄로 연주회마저 강제로 중단당한 채 지휘자의 자리에서 졸지에 극장 청소부로 전락했다. 하지만 그는 우연히 볼쇼이 극장장의 방을 청소하다 파리에서 날아온 초청 공문을 보고 30년 전 함께 쫓겨난 단원들을 모아 파리 공연을 가기로 마음먹는다. 생활고에 시달려 악기까지 팔아먹은 단원들을 수소문해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파리로 향했다. 하지만 파리에 도착하자 그들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뿔뿔이 흩어져 콘서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레아를 위하여!”라는 한마디에 콘서트홀로 다시 모여들었다. 그리고 시베리아로 유형 가서 죽은 레아와 그의 연인 이삭을 떠올리며 제대로 된 리허설 한번 해보지 못한 오케스트라가 생애 최고의 연주를 해냈다. 그 마법의 비밀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 지난 수요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정명훈의 지휘 아래 서울시향과 국립합창단 등이 베토벤 교향곡 9번 일명 ‘합창’을 연주했다. 베토벤은 교향곡에 사람의 목소리를 넣어 더욱 장엄한 대서사시 같은 교향곡을 만든 최초의 사람이다. 그는 이 교향곡 악보에 육필로 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떠올리며 “만민들이여, 서로 껴안으라!(Seid umschlungen, Millionen!)”고 써놓았다. 그렇다. 위대한 베토벤을 더욱 위대하게 만든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 당대는 물론 후세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오직 하나, “서로 껴안으라”는 사랑의 메시지다. 인류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며 너와 나를 살리는 유일한 자원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그것은 푸면 풀수록 더 많아지고, 나누면 나눌수록 더 커지는 신비한 자원이다. 모든 지식, 사상, 종교, 철학 위에, 그리고 그 어떤 금력과 권력과 권세보다 더 높고 크고 깊은 것이 사랑이다.

  # “사랑하고 사랑받는 건 살아있음의 증거다.” 최근 개봉한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의 한 구절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종착역’(The Last Station)!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파란만장한 82년의 생애는 러시아 남부의 아스타포보 역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지금은 톨스토이역으로 이름이 바뀐 바로 그곳이 그의 삶의 종착역이다. 그렇다면 나와 우리의 종착역은 어디가 될까? 물론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다만 그 삶의 종착역에 다다랐을 때 그래도 끝내 웃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삶은 처음이나 중간이나 마지막이나 예외 없이 고통과 아픔을 수반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더욱 사랑해야 한다. 더 많이 더 아름답게 더 치열하게…. 오직 사랑만이 우리를 견디게 할 것이기에!

정진홍 논설위원 [자료출처] 중앙일보 2010.12.25일자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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