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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5월 3일] 돈에 중독된 대학

정종섭 서울대 교수 · 새사회전략정책硏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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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돈에 중독되어 있다. 언제부턴가 대중 연예인들이 이상한 종류의 교수 이름을 달고 강의를 한답시고 캠퍼스를 누비면서, 대학이 무슨 공연장이나 놀이터쯤으로 치부된다. 총장이라는 사람들도 덩달아 대학 선전을 한답시고 개그맨이 되지 않나 춤을 주지 않나 실로 가관이다.

게다가 CEO총장 바람을 일으켜 저마다 학문적 권위는 내팽개치고 돈을 모은다고 날뛴다. 아예 장사하던 사람이 총장직을 떡 하니 차지한 경우도 있다. 총장 선거마다 돈을 얼마 모으느냐가 주된 공약이 되었다. 여기에 은연중 교수들도 무감각해졌다.

총장·교수 평가에 문제

인간세계와 자연과 우주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붙잡고 씨름하며 끝없이 사색하고 연구하는 것은 어렵고 고통스러운 길이다. 이 길은 교수뿐 아니라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도 가야 한다. 그런데 대학과 교수들이 돈에 중독되어 성찰은 뒷전이고 기술적 지식만 가공하는데 몰두한 다면, 도대체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것이며 어려운 공부의 길을 왜 가려고 하겠는가.

대학이 돈에 중독됐기 때문에 교과부 등 정부도 돈으로 대학을 길들이는데 익숙하다. 연구 역량을 강화한다고 국민 세금을 대거 쏟아 부은 BK사업에서도 돈다발을 흔들며 '돈을 받으려면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학과를 통폐합하라'고 재촉한다. 대학들은 재정 형편상 우선 돈부터 받고 보자고 아무 연관도 없는 학과들을 억지로 통폐합하고, 교수들도 소속을 억지로 옮기는 희한한 일을 저질렀다. 지금 대학은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공립 대학에 성과급제를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대학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 충실하게 하여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적은 나무랄 것이 없다. 문제는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한 업적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 동안 대학과 교수 평가를 해보았듯이, 아직도 평가 기준과 방법에 문제점이 너무 많다. 그래서 많은 교수들이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잘못을 고치기보다 건설 공사하듯 마구 밀어 붙여왔다. 성과급제의 목적은 그럴 듯해도 방법을 개선하지 않으면 정부가 돈으로 대학과 교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 연구 역량을 오히려 망칠 위험이 크다. 논문 편수 위주의 평가, SCI등재여부 등등의 평가가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였으며 돈만 낭비하였는지 반성부터 할 일이다.

세계적으로 제대로 된 학자치고 논문 편수나 SCI등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10년에 한편이라도 그 분야에서 괄목할 논문을 쓰고, 그 길이가 원고지 1장이라도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제대로 된 것이다. 논문 1편에 써도 될 것을 3ㆍ4편으로 쪼개 쓰게 만들고, 연구자가 깊이 사색하고 연구할 여유도 없이 빵 만들 듯이 논문을 찍어내게 하는 것은 한국의 연구 역량을 오히려 황폐화한다. 성과급제 시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먼저 대학이 무엇이고 학문과 연구가 무엇인지부터 정립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지성의 전당' 모습 되찾기를

전국 대학마다 외벽에 재벌기업 이름을 큼지막하게 써 붙인 건물들이 앞다투어 들어서고 있다. 도대체 대학인지 상업지구인지 헷갈린다. 대학을 위해 큰 돈이나 건물을 기부하고, 기부자에 감사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얼마든지 품위 있게 할 수 있다. 아파트에도 기업 이름을 없애는 시대에 대학 건물을 온통 기업 이름으로 도배질하는 천박한 일이 대학 사회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이 돈에 취해 있을 때, 학생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돈밖에 모르는 대학에 더 이상 다니지 않겠노라고. 정당하고 당당한 반란이다. 이제라도 대학은 제 정신을 차리고 지성의 전당이라는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돈에 함몰된 지성은 더 이상 지성이 아니다.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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