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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를 재는 단위가 있을까. 참 할 일도 없었다 싶지만 어느 시대인가 서양 지식인들은 헬렌(Helen)이란 단위를 만들었다. ‘일리아드’에 나오는 스파르타의 왕비 헬렌이 트로이의 파리스와 함께 사라지자 그리스 전역에서 1000척의 대함대가 동원되어 구출에 나섰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만약 한 미녀가 1척의 배를 동원했다면 1밀리헬렌급의 미모로 인정된다. 즉, 1헬렌=1000밀리헬렌이다.


미녀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구상은 동양인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은 주유를 흥분시키기 위해 조조가 강동의 유명한 미녀인 교씨 자매를 얻으려 동오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속인다. 교씨 자매의 언니인 대교는 동오의 군주 손권의 형수요, 동생인 소교는 주유의 아내였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이 구상이 제갈량의 계략이었지만 우위썬(吳宇森) 감독은 아예 이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 ‘적벽대전’ 1, 2편을 만들었다. ‘영웅본색’으로 유명한 우 감독은 방대한 적벽대전 이야기를 2편의 영화로 나눠 1편은 지난해 여름, 그리고 2편은 지난 22일 공개했다.

아킬레스와 헥토르가 헬렌을 두고 격돌하듯 영화 ‘적벽대전’에서는 소교를 두고 조조와 주유가 대립한다. 소설에서는 대사 한마디 없는 소교가 영화에선 양측의 진영을 오가며 전쟁의 승부를 좌우하고, 영웅들의 피와 땀은 멜로드라마 속으로 슬쩍 가려진다.


애당초 삼국지라는 원작에 무지할 전 세계 관객들을 대상으로 삼았다니 오히려 서구인들에게는 이런 설정이 이해가 더 빠를 법도 하다. 하지만 대다수가 10대 이후 삼국지의 문화적 영향 속에서 성장하는 동아시아 남성 관객들에게는 원작의 향취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비판은 유명한 원작을 둔 영화라면 반드시 거치는 원죄에 해당한다. 1956년 오드리 헵번 주연의 ‘전쟁과 평화’가 개봉됐을 때에도 미국 평론가들은 일제히 “제작진을 통틀어 소설을 읽어본 사람은 헨리 폰다뿐인 것 같다”며 비난했다. 사실 이런 논란은 독자들의 관심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책과 영화 양쪽에 모두 고무적이다.

정 말 우려되는 것은 언젠가 원작의 훼손과 관련된 논란이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상상이다. 2004년 트로이 전쟁을 다룬 영화 ‘트로이’가 개봉됐을 때, 아킬레스의 죽음이 거론된 영화평을 두고 네티즌들로부터 “왜 결말을 공개하느냐”는 항의가 줄을 이은 적이 있었다. 고전이 사라진 시대는 이미 시작된 것 같다.

송원섭 JES 엔터테인먼트 팀장 2009.01.23 19:57 입력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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