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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2014.08.15 00:31 / 수정 2014.08.15 00:34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무릇 세상에 이유 없이 내다 파는 건 없다. 그런데 그제 ‘왜 팔까’ 싶은 물건이 시장에 나왔다. 포스코특수강이다. 특수강 계열사가 있는 세아그룹이 사 갈 분위기다. 포스코특수강은 포스코가 가지고 있어도 무방한 회사다. 많지 않아도 이윤은 남기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불황에도 1분기 4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포스코 전체의 영업력을 감안하면 밑질 장사를 할 일도 없는 업체다. 그런데 내놨다. 이유가 궁금했다. 역시 뭔가 있었다. 다만 일반적인 셈법과 좀 달랐다. 두 가지다. 우선 포스코는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 둘 필요가 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1분기 말 포스코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공급 과잉에 따른 철강업 불황은 돈을 더 쌓으라 재촉한다. 배당을 줄이면 주식을 팔아 버리겠다는 외국 투자자의 으름장이자, 신용등급이란 이름의 압박이다. 이번 매각이 크진 않지만 어쨌든 곳간을 더 채워서 나쁠 건 없다.

 주목할 것은 두 번째다. 포스코가 특수강을 계속 거느리고 있으면 다른 특수강 업체가 어려워진다. 중국발 공급 과잉은 한두 업체가 이겨 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포스코의 우산 아래에 있는 포스코특수강은 그래도 3~4%는 남길 수 있다. 포스코특수강이 그만큼 먹으면, 다른 업체는 잘해야 본전이거나 적자다. 그래서 결정했다고 한다. ‘철강 맏형의 책임’도 고려했다고 한다. 세아베스틸이 포스코특수강을 합병해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대외경쟁력도 높아진다. 그렇다고 남 좋은 일 시키려고 밑지고 판다는 얘기는 아니다. 포스코에도 득이 되는데, 동시에 나머지 특수강 업체에도 이익이 되는 거래란 얘기다.

 이 거래가 잘되길 바란다. 취지대로라면 포스코가 최근에 한 가장 큰 사회 기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별 회사의 이해와 전체 업종의 이해를 충족할 수 있는 상생이다. 장학금 주고, 소외 계층 돕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기부가 1차 방정식이라면, 특수강 매각은 사회 기여의 3차 방정식쯤 된다. 기업 경영이라는 본질을 통한 기여의 영향은 오래가고 넓게 퍼지기 때문이다.

 포스코특수강 매각을 예사롭지 않게 보게 된 건 최근 수백억원에 팔린 벤처기업 파이브락스 때문이다. 이 성공을 두고 ‘먹튀’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사회적 기여도 좀 하라는 애먼 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미 최고의 사회적 기여를 했다.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입증 말이다. 자본주의여서 돈으로 증명서가 발급됐을 뿐이다. 게다가 창업자 노정석씨는 2008년에도 회사를 해외에 매각한 적이 있다. 한 번은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두 번은 다른 업체에 꿈을 주기에 충분하다. 애꿎게 변죽을 울려 본질까지 흔들지 않았으면 한다. 동시에 매주 봉사활동을 한다고 기업의 본질적 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주어지지도 않는다. 미치도록 본질에 충실할 것, 그것이면 족하다.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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