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와 최 대표가 공식적인 얼굴이라면, 비공식적인 신세계의 얼굴은 정용진 부회장 직속으로 있는 경영지원실의 허인철 부사장(경영지원실장, 50)이다.
현재 신세계 등기이사 7인 중 신세계 내부 사람은 정용진 부회장, 박건현 대표, 최병렬 대표 등 3인이다. 허인철 부사장은 등기이사는 아니지만 걸린 타이틀은 매우 화려하다. 신세계첼시 이사, 코스트코코리아 이사를 맡고 있다. 올 들어서는 스타벅스코리아 이사, 웨스틴조선호텔 감사, 신세계인터내셔날 감사를 줄줄이 맡았다. 정용진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되면서 신세계에 대한 책임경영을 시작한 바로 그 시기에 허인철 부사장이 계열사에 대한 장악력을 크게 높였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신세계 경영지원실은 삼성그룹으로 치면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같은 부서다. 신세계그룹 모든 계열사의 전략을 수립하고 M&A와 신성장동력을 관장한다. 재무를 총괄하는 것은 물론이다. 월마트 인수, 신세계익스프레스 매각, 파주 땅 매입, 이명희 회장 자사주 매입 등 신세계그룹의 전반적인 구조를 조정하는 다양한 업무를 총괄한 이가 바로 허인철 부사장이다. 때문에 허인철 부사장은 그룹 내외부에서 오래도록 ‘리틀 구학서’로 불려왔다. 예전 구학서 회장이 신세계 자금관리를 잘해 신세계 수장이 된 것을 떠올리게 하는 단면이다.
이명희 회장이 직접 챙기는 인물이라는 점도 구학서 회장과 비견될 만한 내용이다. 이명희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힌트다. 이명희 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가장 닮은 자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79년 신세계백화점 영업사업본부 이사로 처음 신세계에 발을 디딘 이명희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배운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면 전적으로 신뢰하라’는 지침을 충실히 따라왔다.
그뿐인가. 새로 신세계를 책임지게 된 정용진 부회장의 최측근 중 한명이기도 하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허 부사장은 삼성물산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거쳐 96년 신세계에 합류했다. 탁월한 재무전문가라는 소문이 나면서 스카우트됐다. 이후 경영지원실 경리팀장과 관리담당을 거쳤다.
98년 정용진 부회장이 경영지원실 상무로 들어오면서 2006년 부회장이 돼 떠날 때까지 8년간 정 부회장과 함께 경영지원실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이던 정 부회장 직함을 그대로 물려받은 이가 바로 허인철 부사장이다. 2006년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했던 월마트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바로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허 부사장의 경영지원실장 입성은 2006년 당시 신세계 인사에서 가장 센세이셔널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졌다.
허 부사장뿐 아니다. 그가 책임지고 있는 경영지원실 소속 임원들 위상도 상당하다. 현재 경영지원실에는 7명의 임원이 있다. 개발담당 임영록 상무, 기획관리담당 한채양 상무, 재무담당 조경우 상무, 홍보담당 박찬영 상무 등이다. 한정일 유통산업연구소장, 손영선 패션연구소장, 윤명규 기업윤리실천사무국장 상무도 모두 경영지원실 소속이다.
이 중 임영록 상무는 신세계의정부역사 이사를, 한채양 상무는 스타벅스코리아 감사와 신세계첼시 감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처럼 신세계 내부 직원으로 ‘타회사 임원을 겸직’하는 사례는 이들 3명 외에 윤수원 신세계백화점부문 지원본부장(신세계의정부역사 이사, 광주신세계 이사)이 유일하다.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 모두 유통사업부인 만큼 핵심보직은 상품본부장이다. 그런 점에서 백화점부문 상품본부장인 김성환 부사장과 이마트부문 상품본부장인 심재일·하광옥 부사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백화점부문 상품본부장인 김성환 부사장(51)은 사실 상품전문가는 아니다.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85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20년간 신세계 경영기획실 기획팀과 인사팀에 근무한 관리통이다. 2005년 웨스틴조선호텔 베이커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일선 경영 업무를 담당하기 시작했다. 2008년 백화점부문 지원본부장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2009년에 상품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마트부문은 상품본부가 1본부와 2본부로 나뉘어 있다. 2009년 기존 상품본부를 1본부와 2본부로 분리했다. 1본부는 식품매입, 2본부는 가전 등 비식품매입을 담당한다. 매출액은 비식품부문인 2본부가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대형마트=신선·가공식품’이라는 등식에 비춰볼 때 식품부문이 대형마트를 상징한다는 의미는 있지만, 2000년대 들어 대형마트의 비식품부문 매출액이 꾸준히 커져 식품부문을 추월했고 이 같은 구도는 이미 구조적으로 굳어졌다.
당연히 상품2본부장에 먼저 눈길이 쏠린다. 2009년 상품2본부가 생기면서 초대2본부장 자리에 오른 심재일 부사장(51)이다. 심재일 부사장은 동갑내기인 김성환 부사장과 이력이 엇비슷하다. 그야말로 ‘관리통에서 경영진으로 변신하는’ 삼성스타일을 그대로 따르는 이력이다. 경북대 행정학과 졸업 후 82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기획조정실 인사팀장을 거쳤다. 2000년 이마트로 이동해 지원본부장, 판매본부장을 역임했다. 2009년 새로 생긴 상품2본부장을 맡으면서 화려한 이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상품1본부장인 하광옥 부사장(54)은 그야말로 ‘상품 전문가’다. 10조원이 넘는 이마트 상품본부의 기틀을 만든 주역이다.
지난 2007년 유통업계를 놀라게 한 ‘신세계 PL(Private Label)’혁명 역시 하 부사장 작품. 글로벌소싱과 현지소싱에 능한 하 부사장 노하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PL 시대 개막 선언’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게 당시 평이었다. 중앙대 행정학과 출신 하 부사장은 83년 신세계백화점에 들어온 이후 97년 이마트로 옮겨 신선식품담당, 일상용품담당, 가공식품담당 등 그야말로 대형마트의 매입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 2006년 이마트 상품본부장에 오르면서 ‘이마트 최고의 매입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2009년 상품2본부가 신설되면서는 상품1본부장을 맡고 있다.
‘관리의 삼성’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신세계인 만큼 각 부문 지원본부장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백화점부문 지원본부장 윤수원 부사장(53)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83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했다. 2002년까지 백화점 영업기획팀을 총괄한 후 미아점·인천점 점장을 거쳐 2006년 경영지원실 기획담당을 맡았다. 2006년은 허인철 부사장이 경영지원실장이 된 해로 그 해에 경영지원실 기획담당이 됐다는 것은 허 부사장과 윤 부사장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윤 부사장은 허 부사장이 3개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게 된 올 초 신세계의정부역사 이사와 광주신세계 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현재 신세계에서 2곳 이상 타회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사람은 허인철 부사장, 윤수원 부사장, 한채양 상무뿐이다.
이마트부문 지원본부장은 지난 15년간 이마트 안살림을 도맡아온 윤현동 본부장(50)이다. 충북대 경제학과를 나와 85년 신세계백화점 관리과로 들어왔다. 95년 일찌감치 이마트로 이동해 이마트 경리팀장, 재무담당을 거쳐 2008년에 드디어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됐다.
신세계 외 계열사들
신세계 사람&삼성그룹 출신 적절히 조화
신세계그룹에는 ‘그룹’이라는 명칭이 쑥스러울 정도로 덩치가 큰 계열사가 거의 없다. 매출액이 10조원을 훌쩍 넘어가는 신세계와 달리 계열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신세계푸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5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각각 4959억원과 244억원의 매출액,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4390억원), 신세계건설(3854억원), 신세계I&C(2549억원), 스타벅스코리아(2040억원) 등이 뒤를 따른다. 이 외에 웨스틴조선호텔, 신세계첼시, 조선호텔베이커리, 신세계L&B 등의 계열사가 있다.
계열사 CEO 면면을 살펴보면 삼성 출신 대 신세계 출신이 반반쯤 된다. 정일채 신세계푸드 대표가 신세계 출신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면, 삼성 출신을 대표하는 얼굴은 이상현 신세계I&C 대표다.
이제는 신세계백화점의 상징이 된 강남점장을 5년 넘게 역임한 정일채 대표(57)는 자신이 점장으로 근무했던 광주점, 인천점, 강남점 모두를 부임 당시에 지역 최고 백화점으로 만들어놓은 기록을 자랑한다. 2009년 신세계푸드 대표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기록 만들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신세계푸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4959억원.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3039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김해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54)는 신세계백화점 패션사업부 해외상품팀장,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사업부장을 거쳐 2005년 대표가 됐다. 대표가 될 당시 2000억원대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해 4390억원으로 두 배가량 뛰어올랐다. 이 같은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5년 넘게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그룹 출신 대표주자 이상현 신세계I&C 대표(57)는 2004년 신세계I&C 대표이사로 영입되면서 신세계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감사팀장, 삼성중공업 기획담당 이사, 삼성카드 경영지원실장 등 이력 면면이 화려하다. 신세계그룹의 IT 분야를 책임지는 신세계I&C는 향후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그런 점에서 이상현 대표 역시 주목받는다.
이석구 스타벅스코리아 대표(61)는 삼성물산, 삼성코닝정밀소재 등에서 재무담당 임원을 역임한 후 99년 신세계 사람이 됐다. 백화점 지원본부장, 이마트 지원본부장, 웨스틴조선호텔 대표이사를 거쳐 2007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석구 대표가 스타벅스코리아로 떠난 뒤 웨스틴조선호텔을 책임지게 된 최홍성 대표(61) 역시 삼성물산 워싱턴지점장, 에스원 강남본부장 등을 거친 삼성 출신 인사다. 2007년 웨스틴조선호텔 대표가 되면서 신세계그룹 일원이 됐다.
그런가 하면 고작 200억원대 규모에 불과한(지난해 영업수익 261억원, 당기순익 89억원) 신세계첼시의 책임자 최우열 대표(54)에 관심을 두는 내·외부인도 꽤 많다. 경영지원실 출신 최우열 대표가 이명희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김소연 기자 sky6592@mk.co.kr]
[참고자료]
매경 2010.11.6
[재계 뉴리더] 신세계그룹, 스카우트 인재 대부분 삼성그룹 출신
http://news.mk.co.kr/v3/view.php?sc=30000001&cm=%C7%EC%B5%E5%B6%F3%C0%CE&year=2010&no=603603&selFlag=&relatedcode=000060129&wonNo=&sID=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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