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섬은 가라앉고 있어. 30년 후엔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걸." '인도양의 보석'으로 불리는 몰디브는 그런 섬이다. 너무 아름답기에 너무 아쉬운 섬, 사라짐에 대한 두려움이 늘 꼬리를 무는 섬이다.실제 여행사 관계자들은 "10년 전에도 '30년 후 몰디브가 사라질 것'이란 얘기가 있었다. 어쩌면 10년 후에도 똑같을지 모른다"고 말한다.그만큼 몰디브의 매력은 아련하고 신화(神話)적이다.
# 아! 여긴 다른 세상이구나
가기도 만만치 않다. 직항은 없다.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11시간이나 되는 비행도 견뎌야 한다. 갈아타는 시간까지 합하면 더 길다. 비용도 적지 않다. 대엿새 일정에 1인당 200만~300만원씩 든다. 그래도 다들 '몰디브' '몰디브'를 외친다. 꿈의 섬, 꿈의 바다라며 말이다. 도대체 뭘까. 몰디브의 무엇이 사람을 그리 끄는 걸까.
역시, 짧지 않은 비행시간이었다. 자정 무렵 몰디브의 말레 공항에 내렸다. 몰디브는 술 반입이 금지된 나라다. 혹 오는 길에 술을 샀다면 공항에 맡긴 뒤 출국할 때 찾아야 한다. 카트에 짐을 싣고 공항을 나섰다. 어느 공항에나 있는 버스 정류장은 안 보였다. 대신 코앞에 보트 선착장이 나타났다. 그게 '택시'였다. 저 멀리 바다는 깜깜했다. 그 속에 '두근거리는 어둠'이 있었다. '내일 해가 뜨면 몰디브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그건 오랫동안 기다리던 선물을 풀기 직전의 설렘이었다.
고속 보트를 탔다. 적도의 밤 별들이 흩뿌린 소금처럼 하얗게 반짝였다. 40분간 물살을 가르자 클럽메드 카니(Kani) 리조트에 도착했다. 선착장에 내린 뒤 해변의 모래를 처음 밟는 순간 느꼈다. '여긴 다른 세상이구나'. 그만큼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했다.
날이 밝았다. 숙소 앞 해변으로 나갔다. 거기에 몰디브의 바다가 있었다. 익숙한 '푸른' 바다가 아니었다. '쨍!'하고 눈이 시릴 만큼 맑은 옥색이었다. 속살까지 다 보이는 에메랄드로 물든 바다. 그 바다가 하늘까지 적시고 있었다. 그 곁에 백옥 같은 해변이 누워 있다. 거길 밟으며 섬을 한 바퀴 돌았다. 동서남북 어딜 봐도 절경이다. 지난 밤 비행의 피로가 싹 사라졌다.
# 물 위보다 아름다운 바다 속살
리조트 앞바다는 놀이터였다. 아침부터 바람이 꽤 불었다. 구명 재킷을 입고 카약을 타는 아가씨들, 글라이더를 잡고 풀쩍풀쩍 뛰어오르며 파도를 타는 카이트 서핑, 바람을 가르는 윈드서핑 등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해변에는 긴 의자가 놓여 있다. 수영복 차림으로 책을 읽는 이들도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래도 몰디브까지 왔으니 바다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먼 바다에. 그래서 스노클링을 신청했다. 몰디브에는 각종 해양 스포츠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자격증이 있다면 스쿠버다이빙도 즐길 수 있다.
고속 보트를 타고 한 시간가량 달렸다. 가이드는 "운이 좋은 날은 돌고래떼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높은 물살을 튀기며 보트가 파도를 탔다. 보트에 탄 호주 관광객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보트 안은 순식간에 노래방으로 바뀌었다. "이번엔 한국 노래 불러 보세요." 관광객들은 돌아가며 자기 나라 노래를 하나씩 불렀다.
그 사이에 산호섬이 나타났다. 보트를 세웠다. 고글과 스노클, 구명 재킷을 입었다. 그리고 보트 뒤로 '풍덩' 뛰어내렸다. 산호 지역은 바다가 깊지 않았다. 덕분에 물밑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얀 산호, 그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는 온갖 색깔의 물고기들. 마치 그림 같았다. 컴퓨터 스크린세이버에나 나오던 장면이 눈앞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었다. 손을 아래로 내밀었다. 자잘한 물고기들이 손끝을 살짝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간지러웠다. '이게 바다를 만지는 느낌일까'. 산호가 없는 지역은 바다가 무척 깊었다. 저 아래 큼직한 물고기들도 유유히 지나다녔다.
스쿠버다이빙에 참가한 이들도 "따봉"을 연발했다. 세계 곳곳의 전문 스쿠버다이버들이 갈망하는 곳이 몰디브라고 한다. 포인트도 많고, 시야도 깊기 때문이다. 그들은 "몰디브의 아름다움은 바다 속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자격증이 없으면 스쿠버다이빙 프로그램은 신청할 수 없다.
# 순박한 원주민 … 매혹적 별빛 소나타
몰디브 사람들의 일상은 어떨까. 문득 원주민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마침 카니섬에서 보트로 5분 거리에 원주민들이 사는 후라섬이 있었다. 거길 찾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었다. 보트는 순식간에 후라섬에 도착했다. 700여 명의 원주민은 모두 이슬람계였다. 하나같이 순박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자 흥미로운 풍경이 보였다. 집집마다 대문 앞에 의자를 하나씩 내놓고 있었다. 이슬람 복장의 아낙네들이 거기에 앉아 이웃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마치 1960~70년대 한국의 '그 때 그 시절'을 보는 듯했다. 시멘트 블록의 담벼락과 집마다 서 있는 망고 나무, 아담한 이슬람 사원 등이 정겨워 보였다.
마을 남자들은 함께 다리를 짓고 있었다. 나무를 이용, 전통적인 방법으로 바다 위에 세우고 있는 다리가 흥미로웠다. 보트 선착장 앞에는 기념품 가게들도 줄지어 서 있다. 나무와 조개 등으로 만든 이국적인 기념품도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도 가격 흥정은 통했다. "비싸다"고 돌아서면 뚝 떨어진 가격을 제시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선물을 사기엔 여기가 좋다. 공항 면세점이 그리 크지 않은 데다, 리조트 안의 기념품 가게는 가격이 꽤 비싸기 때문이다.
해가 질 무렵, 보트는 리조트로 돌아갔다. 그리고 낙조. 몰디브에선 항상 오후 6시에 해가 진다. 적도의 섬이기 때문이다. 몰디브는 밤도 매혹적이다. 어둑어둑한 해변가에 누워 밤하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있었던가. 머리 위로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적도의 별 밑에 있다보면 헷갈릴 정도다.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하늘인지.
몰디브=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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