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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번영의 길
공병호 (지은이) | 해냄 | 2005-06-27
정가 10,000원
반양장본 | 290쪽 | 223*152mm (A5신) | 406g |
ISBN : 9788973376650


 "10년후의 한국"으로 화제가 된 공병호 원장. 많은 책을 썼다.

공병호경영연구소에 가면 그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왜 번영인가? 저자는 번영은 공동체와 개인에게 자유와 힘, 그리고 존엄성과 행복을 보장하는 것으로, 단순히 잘살기 위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절박한 생존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특히 지식기반경제로 나아가는 지금, 번영을 결정하는 것은 본래 갖고 있던 자원의 정도가 아니다. 부의 핵심 원천인 지식창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개인들의 실질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세계관과 그것을 제도화한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번영을 위해 어떠한 세계관과 시스템이 필요한가?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이다. 자유경쟁과 그 결과에 따른 적합한 보상으로 구성원들의 의욕을 고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도공, 그리스·로마, 피렌체 예술의 예를 통해, 개인의 인센티브를 억압한 공동체의 불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특히 시스템은 한번 만들어진 후에는 스스로 굳어지는 경향이 있어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세계관을 통해 처음에 제대로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번영의 실마리가 들어 있는 세계관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저자는 좌파적 세계관과 우파적 세계관의 큰 틀로 나누고, 인간 본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여러 가지 대립항들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결과의 평등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인센티브를 억압해서는 안 되며, 급진적 개혁이 아닌 점진적 사회 변화를 이루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러한 맥락을 통해 저자는 개인 중심의 사회,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작은 정부의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하는 우파적 세계관에 방점을 찍고 있다.
 
- 공병호 박사 홈페이지 자신의 저서 "한국, 번영의 길" 소개란에서


[참고자료]

알라딘 책소개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3376659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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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The World Heritage Sites of Unesco -The Treasures of Art
마르코 카타네오, 자스미나 트리포니 지음
김충선 옮김
생각의 나무 출간일 : 2004-10-15 | ISBN : 8984983349, 432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네스코의 기치 아래 보호받고 있는 인류 유산들, 세계 문명의 역사와 문화 예술 등의 면면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시리즈'의 '세계문화유산' 편. '문화유산' 편에서는 유럽의 도시에서부터 남아메리카의 바로크 양식 성당에 이르기까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 중 예술적.건축학적으로 흥미로운 100개의 유산을 담았다.

책은 해당 지역 문화의 단면을 소개했으며, 각 유산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유적지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문화유산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도 덧붙였다. 세계 곳곳의 문화유산에 대한 의미를 사진과 함께 엿볼 수 있다.

생각의 가지에서 2004년 9월에 나온 멋진 화보집이 영풍문고에서 35,000원에 세일중이었다. (정가는 9만원! )
당장 한권 사들고 책상위에서 세계 여행을 시작해 본다.
이 글과 사진을 찍은 사람이 물리학자라는 것도 흥미롭다.

http://www.itreebook.com/total_book/view.asp?num=373#a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유네스코 세계고대유산 도 같이 나왔는데, 모두 사서 보고 싶다.

유럽
。노르웨이 - 우르네스 / 베르겐
。스웨덴 - 드로트닝홀름
。핀란드 - 벨라
。덴마크 - 크론보르그
。러시아 연방 - 키시섬 / 상트페테르부르크 / 모스크바
。에스토니아 - 탈린
。라트비아 - 리가
。영국 - 아이언브리지 계곡 / 웨스트민스터 / 캔터베리
。네덜란드 - 킨더디지크 엘슈트
。벨기에 - 브뤼헤 / 브뤼셀
。독일 - 포츠담 / 아헨 / 뷔르츠부르크 / 푈클링겐 / 마울브론
。폴란드 - 크라쿠프
。체코 공화국 - 프라하 / 레드니체 발티체
。오스트리아 - 쇤브룬
。프랑스 - 랭스 / 파리 / 베르사유 / 몽생미셸 / 샤르트르 /
루아르 계곡 / 아르케스낭 / 아비뇽
。이탈리아 - 밀라노 / 비첸차 / 베네치아 / 라벤나 / 피사 /
피렌체 / 아시시 / 바티칸시티 / 카세르타
。스페인 - 바르셀로나 / 알칼라 / 그라나다 / 코르도바 / 세비야
。포르투칼 - 토마르 / 신트라
。크로아티아 - 두브로브니크
。헝가리 - 부다페스트
。불가리아 - 이바노보
。그리스 - 아토스산 / 메테오라
。키프로스 - 트로외도스
。터키 - 이스탄불 / 사프란 볼루

아시아
。시리아 - 다마스쿠스
。이스라엘 - 예루살렘
。예멘 - 사나
。이란 - 이스파한
。우즈베키스탄 - 히바 / 사마르칸트
。네팔 - 카트만두
。파키스탄 - 라호르
。인도 - 델리 / 아그라
。스리랑카 - 갈
。중국 - 만리장성 / 쯔진청 / 이허위안 / 타이산 / 라싸
。대한민국 - 해인사
。일본 - 교토 / 히메지 성 / 이쓰쿠시마
。라오스 - 루앙프라방
。베트남 - 위에

아프리카
。모로코 - 페스의 메디나
。모리타니 - 우아단, 성게티, 티시트, 우알라타의 고대 도시
。말리 - 반디아가라 절벽 / 젠네의 옛 시가지
。리비아 - 고대 도시, 가다메스
。이집트 - 이슬람 도시, 카이로
。에티오피아 - 곤다르주, 파실 게비
。탄자니아 - 잔지바르의 석조 마을

아메리카
。미국 - 자유의 여신상 / 푸에블로 데 타오스
。멕시코 - 과나후아토의 유서 깊은 마을과 은광 / 오악사카의 역사 중심지
。쿠바 - 아바나의 엣 시가지와 요새 / 트리니다드와 로스 인헤니오스 계곡
。과테말라 - 안티과
。콜롬비아 - 카르타헤나 항구, 요새, 기념비적 건축물
。페루 - 아레키파의 역사 중심지
。브라질 - 살바도르 데 바이아의 역사 중심지 / 브라질리아
。볼리비아 - 수크레의 역사 중심지
。아르헨티나 - 코르도바의 예수회 구역과 에스탄시아스


:: 저자소개 ::
마 르코 카타네오 Marco Cattaneo - 1963년출생. 밀라노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기자로서, 그리고 《Le Scienze》지의 부편집자로서 일하고 있으며 『하이젠베르크와 양자 혁명Heisenberg and Quantum Revolution』이라는 책을 저술한 바 있다. 여행하기와 사진 찍기를 무척 좋아하는 그는 현재 《Meridiani》지에서 일하고 있다.

자스미나 트리포니 Jasmina Trifoni - 1966년에 태어나 파도바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여행 전문기자인 동시에 《Meridiani》의 편집부원이기도 하다. 직업상 여행을 자주 떠나며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 지방의 고유문화에 관해 폭넓은 지식을 쌓았고, 이탈리아의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 역자소개 ::
김충선 -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였으며, 연세대학교 지역학 석사과정에 재학하고 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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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
원제 Remember Who You Are: Life Stories That Inspire the Heart and Mind (2004)
하버드경영대교수 (지은이), 데이지 웨이드먼 (엮은이), 안명희 (옮긴이) |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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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 아닌가. 그곳의 치열한 강의도 마지막 수업 시간이 되면 모든 교수들은 장차 미래의 CEO들에게 무언가 한마디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것을 모아서 책을 만들었다. 마치 내가 비지니스 스쿨 강의실에 앉아 있는 기분으로, 한명의 학자로서, 인간으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하버드 교수님들의 진심어린 한 마디를 듣는 것만 같다.

alladin link
http://www.aladdin.co.kr/shop/book/wletslook.aspx?ISBN=8984071803#lets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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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네가 태어나던 해에 아빠는 이런 젊은이를 보았단다

이봉기(32, 국군수도병원 내과 군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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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년 6월 29일 토요일. 나는 터키와의 월드컵 3, 4위전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 끝물의 애틋함이 괜히 섭섭해서 이런저런 월드컵 이야기를 동료들과 노닥거리며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웬걸, 갑자기 구내방송이 나오고 어수선한 분위기…. 이윽고, TV에서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양측 해군 간에 교전이 있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국군수도병원 전 군의관을 비롯한 장병들은 퇴근을 미루고 대기상태로 남겨졌고,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보낸 후 헬기를 통해서 환자들을 후송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필요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퇴근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그날, 외과계 군의관들은 입대 이후 미증유의 수고를 했음은 물론이다. 내과 군의관들을 찾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귀가한 나를 아내와 뱃속의 아기가 반겼다. 점심식사를 하며 흘깃거리던 TV화면에는 사망자를 비롯해서 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흐르고 있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만삭인 아내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던 나는 병원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어쩐지 쉽게 퇴근할 수 있었던 것이 찜찜하더라니….

‘내과를 찾을 일이 뭘까?’

이 유인즉, 경상자 중에서도 배의 화재로 인한 연기로 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있어서 내과 군의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출근한 뒤 들어선 중환자실의 분주함은 수도병원 근무 후 처음 접하는 광경이었다. 응급수술을 마치고 누워있는 중상자들이 즐비했고 팔다리를 잃은 장병들도 눈에 띈다. 콧등이 시큰거렸다.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이게 웬 난리인가. 저 창창한 청춘들을 어찌 하라고….

화재에 의한 흡인손상이 의심되는 환자들을 봐주고 담당배정을 한 후 내 환자인 오중사의 몸에 박혀 미처 제거되지 않은 파편과 총알조각들을 손닿는 대로 마저 빼냈다. 14mm 기관총 탄두가 깨진 채로 등 뒤를 뚫고 들어가 방광을 찢고 사타구니 근처의 피부 밑에 묻혀 있었다. 피부를 절개하고 탄두를 끄집어내니 반 동강이 난 것이 어딘가에 부딪힌 후 튀어 들어간 듯 했다. 그나마 경상 축에 속하던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사뭇 처절했다.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계속 내려오는 북쪽 배를 가로막고자 참수리 357호는 배의 옆구리로 적선의 진로를 막는 ‘차단기동’을 하고 있었다 한다. 차단기동이 무시무시한 이유는 서로 간에 배의 옆구리를 고스란히 노출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이건 피차간에 절대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으니….

남하하던 북측 배가 방향을 틀며 옆으로 도는 순간 우리 장병들의 눈에는 포탑을 돌려 조준하고 있는 인민군들이 보였다. ‘어, 쟤네들 왜 저래?’하는 순간 적의 85mm포가 불을 뿜었고 무척이나 가까이 붙어 있던 우리배의 함교(조타실)가 명중당했다. 이후 우리의 포탑들이 차례로 가격 당했다. 이때 함교와 포탑에 위치하던 장병들이 전사했다. 우리와 같은 전자조준장비도 없이, 수동으로 조준하는 북쪽 함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우리를 노리고 미리 공격계획을 가진 상태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중앙 통제실인 함교가 무력화되고 대응 사격할 수 있는 포탑들이 날아간 상황에서 어려운 전투를 벌이게 됐고, 유명한 이야기지만 권모상병 같은 경우는 왼손이 날아간 상태에서 오른손만으로 M60 기관총을 발사하는 투혼을 보였던 눈물나는 전투는 이렇게 시작됐다. 더욱 황당한 것은 피격당한 참수리 357호가 당하고 있는 동안 급히 접근한 참수리 358호에서 북측 경비정에 포탄을 퍼부어댔지만 그 상황에서도 북측 경비정은 오로지 357호만 공격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더 위협적인 상대를 먼저 공격해야하는 것이거늘, 침몰시키겠다고 작정을 했던 모양인지 ‘난 한 놈만 패’식의 공격에 의해 357호는 결국 가라앉아 버린다. 당연히 북측 경비정은 옆에 있던 358호에 의해 신나게 두들겨 맞아서, 침몰되는 것만 겨우 면하고 퇴각하게 됐고 이후 들리는 이야기로는 북측 사망자만 30명 이상이라 한다. 같은 민족끼리 내가 더 많이 죽였네, 겨루는 것은 또 다른 비극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오전을 보낸 가운데 오중사의 맞은 편 침상에서 생존자중 가장 많이 다친 박 상병을 접하게 된다. 건장하고 준수한 청년이었는데 의식은 없었고 인공호흡기가 달려 있었으며, 내가 군대온 이래로 목격한 가장 많은 기계와 약병들을 달고 있는 환자였다. 파편이 배를 뚫고 들어가서 장을 찢었고, 등으로 파고 들어간 파편은 등의 근육과 척추에 박혀있었으며, 등과 옆구리는 3도 화상으로 익어 있었다. 오른쪽 허벅지에도 길쭉한 파편이 박히고, 전신에 총상과 파편창이 즐비했다.

“쟤는…, 왜 저렇게 다쳤어요?”

옆 침상에 누워 있던 부정장 이중위가 입을 열었다. 그는 포탄에 맞아 왼쪽 발목이 부서져 절단술을 끝낸 상태였고 그 옆에는 한참을 울었는지 눈이 발그레 부어오른 젊은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약혼자란다.

“우리배의 의무병 녀석인데 부상자들 처치한다고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다니다가 그랬습니다….”

참 수리 357호의 의무병이었던 박상병은 첫 포탄에 조타실이 깨지면서 파편에 쓰러진 정장 윤영하 대위를 몸으로 덮고 함교 계단 아래로 끌고 내려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방탄조끼 밑으로 줄줄 흐르는 핏물을 보며 소용없음을 깨닫고는 다시 나가 쓰러지는 전우들을 치료하기 위해 몸을 숨기지 않고 뛰어다녔다. 당연히, 총을 쏘는 전투병은 엄폐물에 몸을 숨긴 채로 사격을 하게 마련이지만, 부상병을 찾아 이동해야하는 의무병은 전투 시 가장 위험한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총탄에는 눈이 없다.

이야기를 듣자 울컥했다. 멋진 놈…. 그런데, 이게 뭐냐.

상 태는 굉장히 안 좋았다. 출혈이 엄청나서 후송당시부터 쇼크 상태였고, 수술하는 동안에도 엄청난 양의 수혈이 필요했다. 정형외과와 외과 군의관들이 달려들어 가능한 대로 파편과 총탄을 제거하고, 장루를 복벽으로 뽑고, 부서진 오른쪽 허벅지의 혈관을 이어놓은 상태였다. 엄청난 외상으로 인한 전신성 염증반응 증후군(SIRS)으로 인해 혈압이 쉽사리 오르지 않아 결국, 순환기내과 전공인 나도 박상병과 인연을 맺게 된다. 스완갠쯔 도자를 삽입하고 수액과 승압제로 혈압을 힘겹게 유지해 나가는 가운데, 후송 시부터의 쇽에 의한 급성 신부전 때문에 신장내과 동료도 힘을 합해 혈액투석을 지속했고, 외상성 ARDS가 속발해 호흡기내과 동료도 합류한다. 방광손상이 발견돼 비뇨기과 동료도 합세하고, 부비동에 문제가 생겨 이비인후과 군의관도 손을 더했다. 건장했던 박상병은 다행히도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었고, 그 가운데, 나는 테니스 친구, 술친구들에 다름 아니었던 동료군의관들이 실은 대단한 의사들이었음에 새삼스러워했다.

‘너는 반드시 살려낸다!’

박상병의 숭고했던 행동을 여러모로 전해들은 우리 군의관들은 암묵적으로 동감하고 있었다. 이기심으로 질펀한 세월을 뚫고 오면서 형편없이 메말라 버린 내 선량함에 박상병의 회생은 한통의 생수가 되어 줄 것만 같았다.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것…. 레지던트 기간 동안 수없이 지새워냈던 하얀 밤들과 바꿔낸 중환자관리의 기술이 너무나도 기꺼웠다. 하지만, 감염부위에서 녹농균과 메치실린 내성 포도상 구균이 배양되면서 소위 항생제의 마지막 보루라 일컬어지는 이미페넴, 반코마이신, 아미카신으로 배수진을 치게 됐다. 오르내리는 체온에 일희일비하는 가운데 전신상태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었지만 오른쪽 다리가 서서히 차가와지며 색이 죽기 시작했다. 부서졌던 혈관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결국, 고관절부위에서 절단이 이뤄졌고, 사타구니 아래쪽 오른다리는 그렇게 사라졌다. 사지 손실이 감정적 아쉬움에 그치는 사건은 아님을 누구나가 알고 있었지만, 다른 길이 없었다. 아픈 마음과 괜스런 죄책감을 그나마 생명이 지속된다는 사실로 슬그머니 달래 버렸다.

그렇게, 3주를 지내며 더 이상의 발열도 없었고 등과 옆구리 화상부위 및 관통창에는 발간 육아조직이 자라고 있었다. 수술부위의 상처들도 자리가 잡혔다. 인공호흡기도 멈췄고, 기도절개를 미루며 버텨오던 기도관도 제거했다. 박상병이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사이 바싹 말라버린 박상병은 정신을 차리면서 오히려 군의관들을 힘들게 했다. 현실을 서서히 깨닫게 되면서 차오르는 불안과 공포와 절망감을 입으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주렁주렁 매달린 약병 사이에서 부서진 육체로 꼼짝 못하고 누워 흐느끼는 젊은 장정을 바라보는 일은 너무나도 불편했다. 정신과 군의관이 나서서 도움을 주었지만, 그 역시 박상병의 망가진 육체와 앞으로 닥치게 될 고난을 대신해 줄 수 없음은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박상병은 그렇게 회복돼 갔다. 그사이 오중사는 방광수술을 위해 비뇨기과로 옮겨지고, 부정장 이중위도 정형외과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박상병이 서해교전 환자들 중 가장 늦게 중환자실을 빠져나와 외과병동으로 옮겨지게 됐다. 가장 위중했던 그의 회복으로 서해교전으로 인한 전투 시의 사망자 외 추가 사망자는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고, 이에 고무된 병원 측은 수고한 군의관들에게 포상으로 위로휴가를 주었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사건에서 파생된 개인적 호사여서 마음이 불편했지만, 내가 어쩔 수 있는 일도 아니라며 자위를 했다. 따지자면, 6.25 동란, 경술국치까지도 거슬러 올라가야 할 일이라고…. 그렇게 얻어진 휴가로 나는 아내의 출산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내 딸의 첫 모습을 대한 순간만큼은 광막한 우주 속에 나와 아이, 단 둘만 존재하는 감격이었다. 그 때까지 내 삶이 순전히 그 순간을 위한 것이라 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다시금 현실로 돌아와서도, 배냇짓을 하는 딸아이에게 풍덩 빠져 한참을 허우적거리는 사이에 또 한달 정도가 흘렀다.

어느 날, 박상병이 다시 중환자실로 내려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식이 나빠져 CT를 찍어보니 뇌실질 전반에 걸친 세균감염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예의 배수진용 항생제들은 계속 사용되던 중이었고, 중환자실에서 다시 만난 박상병은 완연히 수척해진 모습으로 인공호흡기와 약병들에 또다시 생명을 매달고 있었다. 새로 개발된 항생제들을 민간에서 구매해서 사용하기도 해봤지만 패혈성 쇼크가 이어지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결국 9월 20일 금요일 새벽에 젊은 심장은 마지막 박동을 끝냈다. 이틀 뒤, 가족들의 오열 속에 우리병원에서 영결식이 거행되고 박병장(진급했다)은 대전국립묘지에 묻혔다. 충무무공훈장도 수여됐다. 하지만 그는 꿈꿔왔을 나머지 인생을 하늘로 가져가야 했고, 그의 부모님은 아들을 잃었다. 그를 만났던 군의관들의 가슴에도 구멍이 났다.

옴짝달싹 못하는 역사의 틀 속에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고, 인류사에 전쟁이 없어지는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한 선량한 젊은이의 아까운 죽음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던 일은 말할 수 없는 무력감을 안겨줬다. 나도, 내 주위의 사람들도 남이 일으키는 전쟁에 인생을 맡겨야 할 수도 있는 초라한 존재일 뿐이었다. 군의관 생활을 하면서 바라본 전쟁은 더욱 두려운 모습으로 저 멀리 서있다. 아득하게 멀지만 언제 달려들지 모르는 그의 섬뜩한 실루엣을 본다. 갖가지 대의명분으로 치장 해도 전쟁은 부서지는 육체와 영혼을 제물로 삼아야 한다. 전장에서 맞닥뜨려야 할 맹목적인 폭력들. 그리고 잇따르는 수많은 이의 비극들. 이를 막기 위한 소위 ‘전쟁억지력’을 키우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을 군인으로 만들고, 더 많은 무기를 갖춰야 하는 또 다른 아이러니….

그 렇게 가을을 보내던 중 병원 앞 산책로에서 이중위와 그의 휠체어를 밀고 있는 약혼녀를 만났다. 처음 중환자실에서 대하던 날의 우울했던 첫인상이 무색하게도 그들은 밝은 모습이었다. 이중위는 의족보행 연습을 시작한 뒤였고, 퇴원후 다시 해군으로 복귀해 사무직에서 복무할 예정이었다. 그들의 결혼도 예정대로 이뤄질 거란다.

삶은 계속되기에 여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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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
리처드 칼슨 지음, 강정 옮김
도솔, 286쪽, 7800원

불완전함과 친숙해지세요/
좋은 일을 하고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보세요/
다른 사람을 바꾸려들지 마세요/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세요/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는 진리를 받아들이세요/
심심해지도록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세요/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낮추세요/
일주일에 한 번씩,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편지를 써보세요/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해보세요/
매일 한 순간이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할 누군가를 찾아보세요/
인생은 단지 시험일 뿐입니다/
칭찬과 비난은 똑같은 것입니다/
바른 사람이 되기보다는 친절한 사람이 되세요/
침울한 기분에 휘둘리지 마세요/
다른 사람의 순진한 면을 보세요/ 겸손을 실천해보세요/
남을 돕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을 개발해보세요/
매일 한 사람 이상에게 당신이 좋아하고, 존경하고, 인정하는 점을 말해보세요/
한계를 그어 놓으면 결국 그렇게 되고 말지요 /
내게 날아오는 비난을 재미삼아 그대로 받아들여 보세요
(그 비난은 금방 흘러갑니다)/
기분이 나쁠 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세요/
자신의 관점과 완전히 다른 기사나 책을 읽어보세요/
봉사를 삶의 중요한 요소로 삼으세요/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계속 물어보세요/
자신의 내면을 위해 매일 조금만 할애하세요/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세요 그럴지도 모르잖아요/
지금부터 1년 후에도 이 일이 나에게 중요할까요/
.....지금 이 순간 행복하세요

결론 1.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자.
결론 2. 모든 일은 다 사소하다.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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