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알파벳도 몰랐던 그녀가
ysl* 컨텐츠/그한마디 / 2011. 12. 3. 01:38
[노트북을 열며] 알파벳도 몰랐던 그녀가
[중앙일보] 입력 2011.11.23 00:23 / 수정 2011.11.23 09:28예영준
중앙SUNDAY 차장
중앙SUNDAY 차장
옆에 앉았던 그의 부하직원이 혀를 내두르며 인생 스토리를 들려줬다. “대학 입학 때만 해도 영어 알파벳을 몰랐대요. 그런 그가 영국의 최고 명문대학에 유학을 가 박사학위를 따왔으니….” 탁구선수로서 더 이상 오를 나무가 없던 1997년, 그는 라켓을 내려놓고 영어 사전을 잡았다. 스물넷 나이에 칭화대(淸華)대 영문과에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것이다. 당시 덩야핑은 알파벳의 A부터 Z까지, 대문자와 소문자를 온전하게 알지 못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다섯 살 때 라켓을 쥐었고 열세 살에 국가 대표가 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것도 설렁설렁한 게 아니라 남들 1년 신는 운동화를 한 달 만에 갈아치울 정도였다.
그런 그가 4년 뒤 베이징 올림픽 유치 대사로 나서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어연설을 했다. 평창 올림픽을 딸 때의 김연아처럼 말이다. 그는 하루 14시간 학업에 매달렸다. ‘빨래집게 옆에 놓고 A자도 몰랐던’ 그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가 된 것은 선수 시절 몸에 밴 집념과 노력과 도전정신의 결과일 것이다.
회의 일정 마지막 날 그의 사무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인민일보의 뉴스 검색 사이트를 중국에서 속도가 가장 빠른 범용 검색 엔진으로 탈바꿈시켰다. 엔지니어가 대다수인 직원 190여 명을 이끄는 CEO가 된 지 일 년 만이다. 네티즌의 눈동자 움직임을 감지해 사이트의 어떤 항목을 보고 있는지를 자동으로 집계하는 기술을 그는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만하면 덩야핑의 변신에 합격점을 줄 수 있을 듯했다.
예영준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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