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고성장 정책 포기해야 / 김태동
ysl* 컨텐츠/그한마디 / 2008. 10. 3. 22:14
고위험-고성장 정책 포기해야 / 김태동
한겨레신문 / 2008.10.2.
2008년 9월은, 미국에서 1년간 악화되던 경제가 드디어 대공황 이래 최악의 세계 금융위기로 폭발된 달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에도 미국의 신용경색은 모든 금융시장과 실물부문에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구제금융으로 부실자산을 털어내게 될 금융김태동.jpg회사들도, 미국 최대 보험사 에이아이지(AIG)나 유럽 은행들처럼 국유화되기 전에는 부족한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어떠한가? 정부는 경제를 위험한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첫째, 한국경제는 펀더멘털이 좋다고 주장한다. 언젠가 많이 들어본 소리다. 아하! 1997년 가을 외환위기 직전까지 경제 장차관들이 염불처럼 되풀이하던 소리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나아진 게 무언가?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고 중앙은행 독립성이 약간 높아진 것 외에 생각나는 게 없다. 특히 시장경제를 지켜야 할 제도의 수준이 낮아졌다. 은행감독은 한국은행을 떠나 있다. 야구하던 사람에게 축구팀 감독을 맡기는 격이다. 그것도 모자라 감독정책은 금융위원회가 맡도록 하여 지난 정권에서보다 더 후퇴시켰다. 법의 파수꾼인 검찰, 정부의 정책과 업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할 감사원도 제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파수꾼이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거래를 온존시키는 기관이 된 지 오래다. 통치자의 뜻에 맞는 정책보고서를 영혼을 내팽개치고 빨리 만들어 내야 공직자는 자리를 보전한다. 브레이크가 없이 불량 경제정책이 양산되고 있다.
둘째, 우리는 선제적 대응을 잘해서 미국발 위기에 선방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이다. 과연 그런가? 하루 이틀 주가가 미국보다 덜 떨어졌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가? 우리 주가는 정점 대비 30%나 떨어져 미국의 주가하락 폭보다 더 크다. 게다가 개방경제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환율은 외환보유액을 10% 이상 탕진하고도 지난 6개월 30%나 폭등하였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같이 겪은 타이와 인도네시아보다 대외 충격에 취약해 원화 가치 하락 폭이 훨씬 더 크다. 환율이 폭등하는데 많은 중소 수출기업이 환차손을 보는 사연은 동서고금에 없는 일이다.
3월부터 고환율 지지 발언으로 국내외의 신뢰를 잃은 것이 선제적 대응을 잘한 것인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여 거품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잘하는 대응인가? 잠실 재건축 아파트가 수천가구 비어 있는데, 재건축 재개발을 더 촉진하겠다는 것이 잘하는 일인가?
지금이라도 정신차려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미국보다 더 심각함을 알아야 한다. 소득대비 주택가격이 우리가 훨씬 더 높다. 서울 강남을 비롯해 매맷값이 전셋값의 서너배가 되는 곳은 거품이 대단히 많은 곳이다. 지난 1년여 거품이 30% 가량 빠진 곳도 나오고 있다. 경제안정을 위해 다행스런 일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잘못된 판단을 한 건설사가 책임질 일이다. 국민세금으로 매입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위험을 키우고 있는 정부는, 은행제도의 개악도 금산분리 완화라는 허위포장 아래 강행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증권, 보험 등 어느 나라보다 재벌의 금융지배가 높은 나라다. 내년 금융투자 회사에 이어, 그 후 재벌이 은행까지 소유·지배하게 한다면 수백조원의 국민 저축은 재벌의 쌈짓돈이 될 것이다. 박정희·전두환도 획책하지 않았던 이 무모함을 시민사회가 막아야 한다.
나는 요즘 악몽을 꾸고 있다. 경제를 꿰뚫어 보지 못하는 청와대와 보좌진, ‘아니오’라고 할 수 없는 관료 의존 체제, 정책의 품질을 분간하는 능력이 부족한 여당·야당, 이들의 합작으로 우리 경제에 제3의 위기가 오고있다는 악몽이다. 외환과 신용카드에 이은 부동산발 제3의 금융위기는 일본의 1990년대 불황, 미국의 현재 위기보다 더 혹독할 것이다. 외환위기 발발 2년 전부터 누차 경고음을 낸 바 있는 필자는, 이번에는 본인의 판단이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한 건설사를 고위험·고수익으로 경영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한 나라 경제를 투기거품과 불법재벌에 기반한 고위험·고성장으로 경영하겠다는 것은 나라의 주인들이 막아야 한다.
④ 김태동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전 금융통화위원
한겨레신문 / 2008.10.2.
2008년 9월은, 미국에서 1년간 악화되던 경제가 드디어 대공황 이래 최악의 세계 금융위기로 폭발된 달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에도 미국의 신용경색은 모든 금융시장과 실물부문에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구제금융으로 부실자산을 털어내게 될 금융김태동.jpg회사들도, 미국 최대 보험사 에이아이지(AIG)나 유럽 은행들처럼 국유화되기 전에는 부족한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어떠한가? 정부는 경제를 위험한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첫째, 한국경제는 펀더멘털이 좋다고 주장한다. 언젠가 많이 들어본 소리다. 아하! 1997년 가을 외환위기 직전까지 경제 장차관들이 염불처럼 되풀이하던 소리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나아진 게 무언가?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고 중앙은행 독립성이 약간 높아진 것 외에 생각나는 게 없다. 특히 시장경제를 지켜야 할 제도의 수준이 낮아졌다. 은행감독은 한국은행을 떠나 있다. 야구하던 사람에게 축구팀 감독을 맡기는 격이다. 그것도 모자라 감독정책은 금융위원회가 맡도록 하여 지난 정권에서보다 더 후퇴시켰다. 법의 파수꾼인 검찰, 정부의 정책과 업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할 감사원도 제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파수꾼이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거래를 온존시키는 기관이 된 지 오래다. 통치자의 뜻에 맞는 정책보고서를 영혼을 내팽개치고 빨리 만들어 내야 공직자는 자리를 보전한다. 브레이크가 없이 불량 경제정책이 양산되고 있다.
둘째, 우리는 선제적 대응을 잘해서 미국발 위기에 선방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이다. 과연 그런가? 하루 이틀 주가가 미국보다 덜 떨어졌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가? 우리 주가는 정점 대비 30%나 떨어져 미국의 주가하락 폭보다 더 크다. 게다가 개방경제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환율은 외환보유액을 10% 이상 탕진하고도 지난 6개월 30%나 폭등하였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같이 겪은 타이와 인도네시아보다 대외 충격에 취약해 원화 가치 하락 폭이 훨씬 더 크다. 환율이 폭등하는데 많은 중소 수출기업이 환차손을 보는 사연은 동서고금에 없는 일이다.
3월부터 고환율 지지 발언으로 국내외의 신뢰를 잃은 것이 선제적 대응을 잘한 것인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여 거품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잘하는 대응인가? 잠실 재건축 아파트가 수천가구 비어 있는데, 재건축 재개발을 더 촉진하겠다는 것이 잘하는 일인가?
지금이라도 정신차려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미국보다 더 심각함을 알아야 한다. 소득대비 주택가격이 우리가 훨씬 더 높다. 서울 강남을 비롯해 매맷값이 전셋값의 서너배가 되는 곳은 거품이 대단히 많은 곳이다. 지난 1년여 거품이 30% 가량 빠진 곳도 나오고 있다. 경제안정을 위해 다행스런 일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잘못된 판단을 한 건설사가 책임질 일이다. 국민세금으로 매입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위험을 키우고 있는 정부는, 은행제도의 개악도 금산분리 완화라는 허위포장 아래 강행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증권, 보험 등 어느 나라보다 재벌의 금융지배가 높은 나라다. 내년 금융투자 회사에 이어, 그 후 재벌이 은행까지 소유·지배하게 한다면 수백조원의 국민 저축은 재벌의 쌈짓돈이 될 것이다. 박정희·전두환도 획책하지 않았던 이 무모함을 시민사회가 막아야 한다.
나는 요즘 악몽을 꾸고 있다. 경제를 꿰뚫어 보지 못하는 청와대와 보좌진, ‘아니오’라고 할 수 없는 관료 의존 체제, 정책의 품질을 분간하는 능력이 부족한 여당·야당, 이들의 합작으로 우리 경제에 제3의 위기가 오고있다는 악몽이다. 외환과 신용카드에 이은 부동산발 제3의 금융위기는 일본의 1990년대 불황, 미국의 현재 위기보다 더 혹독할 것이다. 외환위기 발발 2년 전부터 누차 경고음을 낸 바 있는 필자는, 이번에는 본인의 판단이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한 건설사를 고위험·고수익으로 경영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한 나라 경제를 투기거품과 불법재벌에 기반한 고위험·고성장으로 경영하겠다는 것은 나라의 주인들이 막아야 한다.
④ 김태동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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