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의 오바마’를 길러낼 대입 제도
ysl* 컨텐츠/그한마디 / 2008. 11. 7. 16:23
서울대의 학생 선발에 대해 상담을 해 온 미국의 도리스 데이비스 코넬대 입학처장이 전해 온 컨설팅 결과는 여러모로 주목된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건 학생선발에서 고교 때 성취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복잡 무쌍한 입학전형을 단순화하라는 내용이었다. 간단하지만 대입제도 문제점의 정곡을 찌른다.
서울대를 포함해 이른바 명문대학의 입학전형이 복잡해진 이유는 간단하다. 공교육 정상화를 우선 생각하는 정부와 교육계, 그리고 대다수 학부모는 고교 때 성취를 입학사정에 최대한 많이 반영하라고 요구한다. 대학으로선 마냥 외면하기 힘든 요구다. 그렇다고 대학 서열을 높이거나 유지하기 위한 성적순 선발을 포기할 수도 없다. 그래서 꾀를 낸 것이 겉으로는 고교 때 성취를 중시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수능 점수를 포함해 지필고사 실력을 우대하는 여러 전형의 개발이었다. 고려대가 학생부로만 선발하겠다고 한 2학기 수시 일반전형 1단계에서 편법으로 사실상 학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은 그 좋은 실례다.
수시는 고교 때 성취를 중시하는 전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리더 특별전형, 특기자 특별전형 등 특목고 출신을 더 많이 선발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정시는 수능 성적으로 선발하는 만큼, 고교 때 성취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사교육이나 조기 유학·연수에 의해 좌우되는 지필고사 문제풀이나 외국어 실력 등이 지배적인 요소가 될 뿐이다. 학생의 품성이나 의지, 사고력과 창의력 등 잠재력은 끼어들 틈이 어디에도 없다.
오늘의 버락 오바마를 만든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는 미국 대학의 학생선발 제도다. 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그는 정체성 문제로 방황하다가 술과 마약에까지 손을 댔다. 옥시덴탈 칼리지는 그런 그를 받아주었고, 명문 콜롬비아 대학은 그의 잠재력을 보고 정치외교학과 편입을 허락했다. 대학 졸업 후 빈민가에서 환경 및 인권운동을 하다가 뒤늦게 하버드대 로스쿨의 문을 두드렸을 때도 이 대학은 그를 받아주었다. 오늘날 오바마가 미국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대학들 덕분이었다. 한국의 대입제도에서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대가 학생 선발 제도를 바꾸겠다고 한다. ‘한국의 오바마’를 선발하고 길러낼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국립대로서 의무를 다하길 기대한다
출처 한겨레신문 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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