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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우리는 너무 멀리 와 있다, 그 작은 행복으로부터

[중앙일보] 입력 2012.11.24 00:32 / 수정 2012.11.24 02:30

『오래된 미래』의 저자 호지
세계화의 한계 조목조목 비판
부는 넘치고 가난은 늘어난 사회
덜 쓰고, 나눠 쓰는 지혜에 방점

헬 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2011년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행복의 경제학’의 포스터. 호지는 이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단행본 『행복의 경제학』을 완성했다. 영화에는 일본·인도·미국의 환경운동가들이 나와 세계의 위기와 해법을 제시한다.
아이러니다. 국가와 기업은 부자가 되는데, 서민은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1998년 3454억 달러였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조 1162억 달러로 늘었다. 외환보유액·국가신용등급 등 많은 경제지표가 성장을 가리키지만, 그 누구도 “살기 좋아졌다”고 말하지 못한다. 중산층은 붕괴되고, 빈곤층은 늘어난다. (중앙일보 20일자 1면) 왜 이런 부조화가 발생한 것일까.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 생태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66)의 신작 『행복의 경제학』은 ‘잃어버린 15년’을 되찾는 데 유용한 참고서가 될 것 같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행복’이라는 ‘삶의 질’에 방점을 찍는다. 전세계가 계속 발전하는 듯 보이지만, 양극화의 심화로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고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로 지구의 존속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예로 미국의 경우 지난 30년 동안 GDP는 급성장했지만, 삶의 질을 측정하는 참진보지수(GPI·Genuine Progress Indicator)는 반대로 떨어졌다.

 ◆세계화의 안팎=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세계화 모델이 우리 사회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고 보았다. 그의 논리는 20세기 후반부터 제기된 ‘반(反)세계화’ 운동과 그 맥을 함께한다.

  저자는 이윤 추구가 최대 목적인 초국적 기업이 부를 편중시킨다고 설명한다. 이들이 전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국가는 실물과 금융 거래의 규제를 풀면서 자국의 작은 기업이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 때문에 동네 슈퍼가 문을 닫으면서 자영업자의 삶이 어려워지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농촌의 자급자족 경제시스템을 붕괴시킨 것도 세계화의 또 다른 그늘로 지적했다. 별다른 대안없이 사람들을 도시로 이주시켜 빈곤과 가족해체, 범죄를 양산했다는 것. 저자는 “자급자족이 대량 경작으로 바뀌면서 생산 및 운송에 많은 자원이 쓰이고,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한다”고 비판했다.

 심리적으로 불안과 공포, 불만과 분노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저자는 전작인 『오래된 미래』(중앙북스)의 연장선에서, 티베트 라다크의 사람들이 서구 문물을 받아들인 후, 열등감을 느끼고 자신의 공동체를 비하하며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설명한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의 경제 식민지화의 ‘앞잡이’ 역할을 한다는 분석은 과격하지만 흥미롭다. 구조조정 정책이나 자본의 자유화는 기실 개발도상국을 돕는 게 아니라, 원재료와 값싼 노동력을 서구 공산품과 바꾸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열쇠는 지역화=호지는 이 세계화 모델에서 ‘탈출(Break away)’하는 것 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보았다. 눈을 지역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지역적 조건에 맞춰 생산품을 생산하고, 공동의 가치와 삶의 양식을 나누며, 타인과 경쟁보다 화합과 조화를 이루자는 것이 ‘지역화’의 골자다. 저자는 “지역 공동체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다면, 운송 과정을 줄여 화석연료를 절약할 수 있고,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지역민은 지역 은행에 저축하고, 은행은 지역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경제를 추구할 수 있다고 봤다. 예컨대 미국 미시건주의 그랜드 래피즈(Grand Rapids)시의 경우 소비자의 10%가 대형 체인점이 아닌 지역 소매점에서 물품을 구입하도록 했더니 지역 경제가 살아났다.

 정치적으론 지역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가능해지고, 문화적으론 다양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세계와 단절하고 고릿적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호지는 생태적 한계 내에서 전세계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마련하고, 정책을 실행할 글로벌 거버넌스(지배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가칭 세계환경기구(WEO·World Environment Organization)다. 저자는 “WEO체제는 환경보호를 위한 법률을 만들고, 다국적기업이 지역화하도록 규제한다. 또 무역문제의 최종결정권은 기업이 아니라 주권국가가 갖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지역화가 세계화의 대안이라는 저자의 관점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또 세계화의 부정적인 단면만 부각한 점이나, 구체적인 대안보다 원인을 쓰는 데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아쉽기도 하다. 갈수록 네트워크화하는 디지털 문명에 대한 탐색도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저자의 유명한 전작인 『오래된 미래』와 함께 읽힐 필요가 있다. 저자는 혹독한 기후, 척박한 자원에도 1000년 넘게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 온 라다크에서 생활했고, 세계화가 어떻게 라다크 사람들을 분열시켰는지 몸소 체험했다. 저자가 신간에서 도달한 결론이 뻔한 듯하지만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기 때문일 터다.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든든한 원군이 될 듯싶다.

 현재 우리나라도 ‘지역공동체’ ‘생태마을’ 등의 개념이 막 싹을 틔우는 단계다.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농촌에 내려와 생태공동체를 꾸리기도 하고, 지역민과 함께 신선한 식재료를 기르는 도시 농부도 70만 명을 넘어섰다. 호지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는 작은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세계화라는 강력한 대세와 지역화라는 간절한 대안, 그 둘의 행복한 만남은 과연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일까.


◆ 참진보지수(GPI·Genuine Progress Indicator)=삶의 질을 측정하는 조사법.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에서 환경정화비용, 고속도로 사건처리 비용, 교도소 운영 비용, 지구온난화효과 해소 비용, 실업급여 등 부정적인 가치의 비용을 뺀다. 반면 주부의 가사노동이나 자원봉사활동처럼 GDP에 포함되지 않는 시장 외 경제 활동 비용을 포함시킨다.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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