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도가니
ysl* 컨텐츠/ysl*book or url / 2011. 9. 16. 18:15
공지영 장편소설
도가니
공지영 (지은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09-06-29
판매가 : 10,000원
반양장본 | 292쪽 | 223*152mm (A5신) | ISBN(13) : 9788936433703
Daum 연재 시 누적조회수 1100만을 넘은 공지영의 장편소설. 2005년 TV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광주의 인화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로, 거짓과 폭력의 도가니 속에서 쏘아올린 용기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줄거리]
강인호는 아내의 주선으로 남쪽 도시 무진시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의 기간제 교사 자리를 얻어 내려가게 된다. 한때 민주화운동의 메카였던 무진. 첫날부터 마주친 짙은 안개 속에서, 그리고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교사들이 다수인 무섭도록 고요한 학교 분위기에서 인호는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한 청각장애아가 기차에 치여죽는 사고가 나도 이를 쉬쉬하는 교장, 행정실장, 교사들, 그리고 무진경찰서 형사 사이에서 인호는 모종의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부임한 첫날 우연히 듣게 된 여자화장실의 비명소리를 신호탄으로, 인호는 점차 거대한 폭력의 실체를 알아가게 된다.
인호는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세상에 알리려고 하고, 무진의 기득권 세력들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온갖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데…. 작가는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오늘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입해 악의 본질, 거짓을 용인하는 우리들의 무의식, 진정으로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다.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준비해오던 다른 소설을 더 써나갈 수가 없었다. 그 한 줄의 글이 내 생의 1년, 혹은 그 이상을 그때 이미 점령했던 것이다.
정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 불의와 맞서 싸우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는 것을 안 이후 나는 평화의 한 끝자락을 잡은 듯했다. 쓰는 내내 이 실제 사건의 피해자들과 그 가해자들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처음 보는 나를 믿고 그들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던 청각장애인 아이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그들을 위해 헌신하던 분들을 생각하면 가끔씩 내가, 삶은 결국 너무 허무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빠지는 것이 죄송스럽다. 이 세상에 그렇게 천사들이 많은지 모르고 지낼 뻔했다는 걸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답지 않게 자주 아팠고, 초교, 재교를 보고 나서 한번씩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신열에 들떠 며칠씩 누워 있어야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글을 쓰며 행복했다. 내가 작가라는 사실, 내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온전히 작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만큼 그렇게 고통스럽고 그렇게 황홀했다.
삶과 현실은 언제나 그 참담함에 있어서나 거룩함에 있어서나 우리의 그럴듯한 상상을 넘어선다. 소설이라는 것을 쓴 지 만 20년. 그런 현실 앞에 무력한 나는 책장을 정리하다가 옛 노트에 필사해놓은 엘뤼아르의 글을 본다. 습작시절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진땀을 흘리며 써놓은 안간힘 같은 필체가 보인다.
“미화된 언어나 진주를 꿴 듯 아름답게 포장된 ‘말’처럼 가증스러운 것은 없다. 진정한 시에는 가식이 없고, 거짓 구원도 없다. 무지갯빛 눈물도 없다. 진정한 시는 이 세상에 모래사막과 진창이 있다는 것을 안다. 왁스를 칠한 마루와 헝클어진 머리와 거친 손이 있다는 것을 안다. 뻔뻔스러운 희생자도 있고, 불행한 영웅도 있으며 훌륭한 바보도 있다는 것을 안다. 강아지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걸레도 있으며, 들에 피는 꽃도 있고, 무덤 위에 피는 꽃도 있다는 것을 안다. 삶 속에 시가 있다.”
그리하여 당연히도 나의 상상을 벗어나는 이 현실을 아는 데 너무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광주의 안관옥, 정대하 기자님, 이수현 인턴기자. 아직도 성폭행당한 제자를 위해 눈물 흘리며 싸우는 포항의 김태선 선생님, 광주의 노지현, 이용보 전도사. 소리 없는 찬양이 울려퍼지던 지하 교회 예배시간, 그 아이들을 위해 어린아이를 업고 음식을 마련하던 김수년 사모님, 김창호 통역사에게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내가 그들에게서 날개 없는 천사를 보았다면 그들은 웃고 말겠지. 전응섭 선생님, 장미, 은혜, 지혜, 윤희, 명근, 세연, 강성, 문현, 그리고 김용목 목사님, 윤민자 위원장님께는 무어라 더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Daum)에 연재되던 반년 넘는 동안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일처럼 함께 아파했던, 모든 독자들께도 감사를 전한다. - 공지영 (지은이)
[참고자료]
알라딘 책소개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3709
공지영 (지은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09-06-29
판매가 : 10,000원
반양장본 | 292쪽 | 223*152mm (A5신) | ISBN(13) : 9788936433703
Daum 연재 시 누적조회수 1100만을 넘은 공지영의 장편소설. 2005년 TV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광주의 인화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로, 거짓과 폭력의 도가니 속에서 쏘아올린 용기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줄거리]
강인호는 아내의 주선으로 남쪽 도시 무진시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의 기간제 교사 자리를 얻어 내려가게 된다. 한때 민주화운동의 메카였던 무진. 첫날부터 마주친 짙은 안개 속에서, 그리고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교사들이 다수인 무섭도록 고요한 학교 분위기에서 인호는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한 청각장애아가 기차에 치여죽는 사고가 나도 이를 쉬쉬하는 교장, 행정실장, 교사들, 그리고 무진경찰서 형사 사이에서 인호는 모종의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부임한 첫날 우연히 듣게 된 여자화장실의 비명소리를 신호탄으로, 인호는 점차 거대한 폭력의 실체를 알아가게 된다.
인호는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세상에 알리려고 하고, 무진의 기득권 세력들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온갖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데…. 작가는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오늘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입해 악의 본질, 거짓을 용인하는 우리들의 무의식, 진정으로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다.
[작가 공지영의 한 마디]
이상한 일은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될수록 사람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이상한 일은 정나미가 떨어지는 그만큼 인간에 대한 경외 같은 것이 내 안에서 함께 자란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준비해오던 다른 소설을 더 써나갈 수가 없었다. 그 한 줄의 글이 내 생의 1년, 혹은 그 이상을 그때 이미 점령했던 것이다.
정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 불의와 맞서 싸우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는 것을 안 이후 나는 평화의 한 끝자락을 잡은 듯했다. 쓰는 내내 이 실제 사건의 피해자들과 그 가해자들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처음 보는 나를 믿고 그들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던 청각장애인 아이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그들을 위해 헌신하던 분들을 생각하면 가끔씩 내가, 삶은 결국 너무 허무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빠지는 것이 죄송스럽다. 이 세상에 그렇게 천사들이 많은지 모르고 지낼 뻔했다는 걸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답지 않게 자주 아팠고, 초교, 재교를 보고 나서 한번씩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신열에 들떠 며칠씩 누워 있어야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글을 쓰며 행복했다. 내가 작가라는 사실, 내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온전히 작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만큼 그렇게 고통스럽고 그렇게 황홀했다.
삶과 현실은 언제나 그 참담함에 있어서나 거룩함에 있어서나 우리의 그럴듯한 상상을 넘어선다. 소설이라는 것을 쓴 지 만 20년. 그런 현실 앞에 무력한 나는 책장을 정리하다가 옛 노트에 필사해놓은 엘뤼아르의 글을 본다. 습작시절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진땀을 흘리며 써놓은 안간힘 같은 필체가 보인다.
“미화된 언어나 진주를 꿴 듯 아름답게 포장된 ‘말’처럼 가증스러운 것은 없다. 진정한 시에는 가식이 없고, 거짓 구원도 없다. 무지갯빛 눈물도 없다. 진정한 시는 이 세상에 모래사막과 진창이 있다는 것을 안다. 왁스를 칠한 마루와 헝클어진 머리와 거친 손이 있다는 것을 안다. 뻔뻔스러운 희생자도 있고, 불행한 영웅도 있으며 훌륭한 바보도 있다는 것을 안다. 강아지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걸레도 있으며, 들에 피는 꽃도 있고, 무덤 위에 피는 꽃도 있다는 것을 안다. 삶 속에 시가 있다.”
그리하여 당연히도 나의 상상을 벗어나는 이 현실을 아는 데 너무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광주의 안관옥, 정대하 기자님, 이수현 인턴기자. 아직도 성폭행당한 제자를 위해 눈물 흘리며 싸우는 포항의 김태선 선생님, 광주의 노지현, 이용보 전도사. 소리 없는 찬양이 울려퍼지던 지하 교회 예배시간, 그 아이들을 위해 어린아이를 업고 음식을 마련하던 김수년 사모님, 김창호 통역사에게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내가 그들에게서 날개 없는 천사를 보았다면 그들은 웃고 말겠지. 전응섭 선생님, 장미, 은혜, 지혜, 윤희, 명근, 세연, 강성, 문현, 그리고 김용목 목사님, 윤민자 위원장님께는 무어라 더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Daum)에 연재되던 반년 넘는 동안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일처럼 함께 아파했던, 모든 독자들께도 감사를 전한다. - 공지영 (지은이)
[참고자료]
알라딘 책소개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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