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사이공의 시작
ysl* 컨텐츠/ysl* music / 2006. 7. 29. 20:30
나는 파리에서 맞이한 가을 녘 오후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건반의 두 선율 사이에서 나는 잠시 동안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 피아노 위에 남겨둔 잡지를 훑어 보았다.
이 같은 단순한 동작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그때의 난 알지 못했으며, 이 사진이 얼마나 큰 충격을 불러올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슬픔에 가득한 채로 굳어있는 여자의 침묵은 이 세상 그 어떤 슬픔과 비통에 찬 외침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아이의 눈물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이세상 모든 전쟁에 대한 최종 유죄판결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 조그만 베트남 소녀는 조금 있으면 호치민 공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게 될 것이다. 소녀가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과거 GI요원이었던 그녀의 아버지가 계신 미국땅으로 가기 위해서이다. 어머니는 지금 그녀의 딸을 아버지에게 보내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
이 특별한 사진 한 장 뒤에는 소녀의 어머니가 지구반대편에 살고 있는 재향군인을 찾기 위한 수많은 시간들과 관료적 절차들이 있었다. 그녀 삶의 일부분을 잠시나마 함께했던 사람을 찾기 위해서.
이 출발 게이트를 지나면 자신의 딸에게는 새 삶이, 그리고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로서 그녀는 그것을 지금껏 바래왔다.
이 의도적인 이별이 지니는 이미지는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고, 나는 그만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치 아이의 엄마처럼 내 어린 아들이 영원히 나를 떠나가는 것을 상상하며 괴로워했고, 마치 어린아이인 것처럼 내 어린 시절 부모님과 생이별 해야 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괴로워했다. 이는 감동적인 이야기라기보다 나비부인에서 치오 치오가 자신의 삶을 아이에게 준 것처럼 극한적 희생의 가장 충격적인 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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