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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학은 일반적으로 기초와 당장 쓰이는 응용으로 구분된다. 연구자들에게는 이런 구분이 큰 의미가 없겠지만 연구비를 받을 때는 이에 따라 그 규모가 정해지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식 창출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일반 국민들은 기초과학에 대한 국가의 투자가 얼마만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느냐에 의문을 갖고 있다. 이는 의미 있는 질문이다. 예전에 읽었던, 홍콩과학기술대 부총장이던 유진 웡(Eugene Wong) 박사가 쓴 글을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미국과 일본을 비교하면서 많은 개발도상국이 기초보다는 응용과학에 투자해 상품화에 성공한 일본의 사례를 본받으려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매우 현명한 전략처럼 보인다. 당장 돈이 되는 분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신속히 경제적인 부를 창출한다는 면에서는….

하 지만 그는 과거 일본의 사례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이 같은 투자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었다고 말한다. 그는 역설적으로 그런 전략을 쓰지 않고 다양하게 기초학문을 육성해 온 미국이 또다시 21세기 초 세계 과학과 경제의 선두주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대표적인 사례로 정보통신과 생명과학 분야를 꼽는다. 알다시피 오늘날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정보통신 분야는 1980~90년대 미국 대학에서 꽃을 피웠다. 특히 대학과 연구소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문화가 그 기반을 이루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는 어떤가? 소위 잘나가는 세계적인 제약회사들과 생명과학 연구소들이 위치한 곳은 임금이 싼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큰 도시들이다. 그곳 주변엔 세계적인 대학들이 있어 산학 연구가 가능하고 또 훌륭한 과학교육을 받은 인재들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 과학정책을 이해하는 데 있어 꼭 짚고 넘어갈 사람이 배너바 부시(Vannevar Bush)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에 참여해 제2차 세계대전 승리에 기여한 그는 ‘과학, 그 끝없는 프론티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후 미국 과학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한다. 그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과학자는 국가의 주요 현안을 푸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것, 둘째 국가는 이 같은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그의 세 번째 주장인데 그는 이렇게 해서 얻어진 과학적 결과와 산물을 국가가 나서서 보급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보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일까? 서로 장단점이 있다. 웡 박사는 서방 선진국들은 학술원을 비롯해 학계 스스로가 미래의 연구 방향을 정하고, 여기에 알맞은 연구비를 정하는 덕분에 실효성과 성공률은 높지만 사회 안정화와 고령화에 따른 의료·복지비용의 증가로 과학 전반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 성장국들은 전폭적인 과학 투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클지 몰라도 너무 무리한 단기 성과 위주 전략과 지나치게 응용에 치우친 투자로 인해 성공률이 낮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 취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나는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상묵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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