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제작인 기흥성 회장
ysl* 사람들 / 2007. 10. 1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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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황해도 옹진에서 출생한 기 회장은 칠순을 코앞에 뒀다. 월남한 실향민들이 그렇듯 그 역시 수많은 고초를 겪으며 험난한 삶을 살았다. 6‧25가 발발하던 새벽 고향 옹진에서 전마선을 타고 구사일생으로 인천으로 탈출한 기억과 마찬가지로 남한에서의 삶 역시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리산 자락으로 피난을 갔다가 인민군에게 붙잡힌 아버지를 어머니가 눈물로 사정해 구해내기도 했다.
기 회장은 그래도 여느 집과 다르게 5남2녀 자식들을 모두 데리고 나온 아버지가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어려운 삶 속에서 기 회장이 모형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2년 해군 복무 시절. 군 작전용 모형시설 제작에 참여했는데 주위에서 자질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평생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는 순간이었다.
제대 후 일본 나고야의 신꼬오 모형제작소를 방문해 일본에서 장인 대우를 받던 우에다 마사헤이로부터 사사받았다. 귀국해서의 스승은 건축가 고 김수근 선생이었다.
1967년 당시 서울 구로동 무역박람회 전시장 설계를 맡은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에서 모형을 제작할 사람을 구했다. 채 서른도 안 된 기 회장이 나서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내자 당시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부사장이던 김수근 선생은 “"어디서 귀신이 나타났다”며 감탄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로부터 40여 년 세월. 기 회장은 김수근 선생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모형예술 외길을 걸어왔다. 또 김수근 선생의 채찍질을 기억하며 강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자리한 ㈜기흥성은 거의 모든 직원들이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다.
그래서 회사 안에서 기 회장을 부르는 호칭도 “회장님” 아닌 “선생님”이다.
하지만 기 회장은 두 아들도, 직원인 제자들도 모두 성에 안 찬다고 했다. 재주도 부족하고 열의도 모자라다는 것이다.
기 회장은 몸을 던져가며 일해 온 사람이다. 40여 년의 작품생활 내내 하루 서너 시간의 수면으로 버텨왔다. 매 작품마다 혼신의 힘을 다하다 보니 밤샘은 일상다반사이다. 1993년 대전 엑스포 출품작인 백두산 천지 모형을 만들 때는 백두산에 날아가 모형에 담을 물을 직접 공수해 왔다. 400여 평 규모의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모형촌 제작은 단청을 칠하고 8분의 1로 축소한 손톱만한 기와를 구워가며 20개월을 보냈고 2층 건물 높이의 황룡사 9층 목탑에는 꼬박 5년이라는 세월을 묻었다. 시안의 장안성 모형을 만들 땐 마을버스 타듯 서울과 시안을 날아다녔다. 몸이 망가지지 않을 수 없다.
1984년에 첫 번째 심장 수술을 했다. 정상적인 심장박동이 73~78회인데 절반 밖에 뛰어주질 않았다. 수술로 인공박동기를 달았다. 그 후 박동기 교체 등 세 차례나 수술을 더 받아야 했다.
기 회장은 양평에 고향 옹진군 삼산리의 이름을 딴 삼산문화원을 짓고 있다. 다 지어지면 자신의 작품을 이곳에 모아 전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세월의 무게가 자신의 어깨를 더 짓누르기 전에, 자신의 삶과 예술을 1981년 세상을 등지신 아버지가 쉬시는 언덕에 집대성하겠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어린이들을 위한 축소모형 박물관과 남북을 연결하는 도시계획 모형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부모님께 좋은 자질을 물려받아 나 자신은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해요. 원 없이 작품도 만들어봤고. 그런데 이걸 물려받을 후계자가 아직 안 나타나요. 그게 안타깝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매사에 ‘목숨을 걸고 한다’는 정신이 없는 것 같아요.”
장인(匠人)은 여전히 허전한 슬하가 안타까운 모양이다.
/온종림 기자 noorie@newsis.com
[자료출처]
아임닥터
http://mdtoday.iamdoctor.com/inews.html?cate=20&gn=news&no=218540&page=&word=%C2%B1%C3%A2%C2%B4%C3%99%C2%B8%C2%B2%C3%80%C3%8C
[참고자료]
엘지 화학의 "한국, 한국인"
http://www.lg.co.kr/h_lg/tree/199812/s_12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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