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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0회까지 오게 된 ‘이규태코너’는 그의 손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작은 생명체의 숨결에도 귀기울일 줄 알았던 따뜻한 그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불어 쉼없는 자료수집과 연구가 뒷받침됐다. 그의 자료정리를 위한 ‘5색분류법’은 유명했다. 그의 서재를 가득 채운 1만5천여권의 책과 노트, 색인, 스크랩 등은 내용에 따라 각각 ‘적 황 녹 청 흑’ 다섯가지로 분류돼 있었다. 인간의 신체에 관한 것은 적색, 의식주에 관한 것은 황색, 동식물에 관한 것은 녹색, 제도에 관한 것은 청색, 종교문화에 관한 것은 흑색 쪽지를 붙이는 식이다. 그후 중분류, 소분류로 이어졌다. 생전에 그는 “세상의 모든 정보는 이 분류법에 다 포함되었다”고 말하곤 했다.

이규태는 널리 보고 오래 기억하는 마지막 박람강기형(博覽强記型) 기자였다. 다들 인터넷에 널려 있는 남의 것 골라다 쓰는 세상에도 스스로의 눈과 귀로 지식의 곳간을 채워갔다. 책 1만5000권이 메운 집 지하실은 ‘한국학 벙커’였다.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는 필법의 원천이었다. 책마다 페이지가 접혀 있거나 밑줄을 긋고 메모한 흔적이 서재 주인과 책들의 수십년 대화를 말했다. 그나마 멀쩡한 책들이 그렇고, 훨씬 더 많은 책들이 분해되고 오려져 파일에 담겼다.

그는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나름대로 창안한 분류법으로 방대한 자료를 정리했다. 그 ‘재야(在野) 도서관학’으로 만든 색인이 10만개를 넘는다. 그는 마지막 병상에 누울 때까지도 한 달에 200만~300만원어치씩 책을 사들였다. 인터넷은 들여다 보지 않았다. “내게 필요한 것, 백과사전 이상의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했으면 ‘꽤나 건방지다’는 말을 들었을 얘기다.

이규태는 자기 이름이 ‘한국학’ 앞에 붙어 불렸던 기자였다. 그는 근래 부쩍 “저 비싼 책, 희귀한 자료들을 누군가 활용하면 좋을텐데” 하고 되뇌곤 했다. “대학처럼 함께 공부하는 선후배들이 있었다면 참 할 일이 많은 분야인데 혼자 힘으로는 한계를 절감한다”고도 했다. 그는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인 일본 민속학자 야나기다 구니오(柳田國男) 이야기도 자주 했다. 야나기다가 채집한 방대한 자료를 후세가 정리해 체계를 세우는 ‘야나기다학(學)’이 생겼듯 ‘이규태학’도 곧 나올 것이다.

[참고자료]
조선일보 컬럼니스트 이규태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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