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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한국과 일본에서 들린 '천사의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2014.04.22 00:10
그도 견디기 힘들 만큼 두려웠을 것이다. 스물둘, 대학을 휴학하고 승객 안내를 담당하는 승무원으로 배를 탄 지는 겨우 1년 반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에도 의연했다. 당황한 학생들에게 3~4층을 오가며 구명조끼를 나눠주고, “언니는요?”라는 학생들의 조급한 외침에는 이렇게 답했다. “선원은 맨 마지막이야. 너희들 구하고 나는 나중에 나갈게.”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끝까지 승객들을 돕다 목숨을 잃은 승무원 박지영(22)씨 이야기다.

 또 하나의 인물이 겹쳐진다. 3년 전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미야기(宮城)현의 어촌마을 미나미산리쿠(南三陸) 동사무소 직원이었던 엔도 미키(遠藤未希)다. 당시 나이 24세. 결혼 8개월차 새댁이었다.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오후 2시46분 위기를 감지한 그는 2층의 방송실로 뛰어들어 마이크를 잡았다. “높이 6m의 큰 쓰나미(지진해일)가 오고 있습니다. 즉시 고지대로 대피해 주세요. 해안 근처에는 절대 다가가지 마세요.” 쓰나미가 육지까지 집어삼키는 데 걸린 시간은 30여 분, 그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마을 전체에 울려퍼졌다. 그 다급한 외침을 들은 7000여 명의 마을 사람이 고지대로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 결국 건물을 덮친 쓰나미에 쓸려간 그는 사고 발생 후 한 달이 넘어서야 싸늘한 주검으로 고향 바닷가로 돌아온다.

 지난주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두 사람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둘 다 베테랑이라기엔 젊은 나이였다. 자신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던 그 업무가 이토록 위험천만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을까. 꿈에서도 상상해본 적 없는 위기가 눈앞에 닥친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만 생각하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게 만든 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나라면, 나였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싶어서다.

 숭고(崇高)한 이들의 죽음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일본인들은 대지진 후 3년이 흐른 지금도 ‘천사의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엔도 미키를 기억한다. 그가 마이크를 부여잡고 목숨을 잃은 현장에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초·중·고등학교 도덕 교과서에는 죽음으로 의무를 다한 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우리도 아주 오랫동안 세월호를 끝까지 지킨 이 젊은 승무원의 이름을 기억했으면 한다. 일상이기에 쉽게 잊어버리고 마는,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의 무겁고도 엄중한 책임을 되새기게 해주는 이 ‘천사’를 말이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참고자료]

중앙일보 2014.4.22

http://joongang.joins.com/article/181/14504181.html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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