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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마오보단 연아가 됐어야

[중앙일보] 입력 2014.02.24 00:01
고백한다. 나는 줄곧 연아보단 마오에게 마음이 갔다. 타고난 긴 팔다리와 강한 체력, 멈추지 않는 훈련까지. 어린 나이에 세계를 제패한 김연아 선수는 ‘별에서 온 그대’처럼 너무 완벽해 보였다. 그래서 동경했지만 사랑하진 못했다.

 아사다 마오 선수는 좀 달랐다. 가끔씩 그녀에게서 그 시절의 내 모습이 보였다. 취업을 하겠다는 목표는 분명한데 결과는 참혹했던 스무 살 초반의 때다. 시험장에만 들어서면 그녀처럼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꼭 붙어야 한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웃음도 잦아들었다.

 전략도 마오와 비슷했다. 마오는 연아를 꺾을 유일한 카드인 트리플 악셀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나의 ‘트리플 악셀’은 토익 900점이었다. 그걸로 토익 800점대에 몰린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착각했다. 결국 토익 점수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 됐다.

 실패했을 땐 뒤끝도 길었다. “한석봉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건만 나는 벼루와 먹까지 내가 가진 모든 걸 탓했다. 난처한 질문을 던진 면접관, 내 대답을 가로챈 다른 응시자를 곱씹으며 미워했다. 피해야 할 징크스는 갈수록 늘어 갔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믿었다. 무슨 세상이 이렇게 힘겨운가 싶었다.

 마오보단 연아가 됐어야 했다. 모두가 뒤끝을 보이고 있는 지금도 김연아 선수는 “노력한 만큼 보여줘 후회는 없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녀뿐만이 아니다. 박승희 선수도 여자 500m 쇼트트랙 결승에서 넘어져 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괜찮다. 기여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포츠 여왕들의 강한 정신력을 배웠다면 내 도전의 과정도 결과도 조금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열광하는 여왕이 한 명 더 생각났다.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주인공 엘사. 그녀도 같은 말을 한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상관없어. 다시는 울지 않을 거야. 난 자유로워. 다 잊어(Let it go).” 남들이 정한 목표에서 자유로워진 ‘멘털 갑(甲)’ 여성들의 인기와 승리가 반갑다.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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