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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칼럼] 대학이 뭐죠? / 오지혜 영화배우


» 오지혜



15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전철을 타고 가는데 전철 내부 벽 광고란에 모 대학의 신입생 유치를 위한 광고가 실렸다. 카피는 “우리 학교로 오세요” 정도였을 거다.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대학이 광고를 하다니. 대학이 그야말로 대중을 상대로 호객!을 하는 그 모습에 상아탑이란 말이 무색해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황지우 시인의 시구가 떠올랐다. “대학은 중산층의 여과기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자격증을 따러 가는 학원 중 기간이 제일 긴(그리고 학원비도 엄청나게 비싼) 학원이 됐을 뿐이라는 사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몇년 전 서울 시내의 유명한 대학에 교양강좌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다. 소위 일류대학이란 곳이었지만 교양필수과목이 란 수업이 대부분 그렇듯 많은 학생들이 들어오긴 했으나 수업에 그닥 관심이 없었고 수업 태도도 영 한심했다. 하지만 그 좋은 봄날에 원하지도 않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 청춘을 이해하기에 듣고자 하는 소수의 학생들하고만 눈을 맞추며 나름 즐겁게 수업을 마쳤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그 수업을 진행했던 담당 교수라는 사람이 따라 나오면서 학생들의 불량한 수업 태도가 민망했던지 연신 내 눈치를 보면서 미안해했다. 난 신경쓰지 말아라, 나라도 그럴 거다, 했지만 외부 강사에게마저 들켜버린 자기 학생들의 태만한 학업 자세가 창피했던지 좀 과하게 학생들 흉을 늘어놓았다.

수업 시작 전에 마치 초등학생에게 주의 주듯이 잔소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말이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제일 견디기 힘들어 보였던 그 교수의 자기 학생 흉보기는 급기야 본인의 신세 한탄으로 이어졌다. 요즘 아이들은 무섭다, 조금만 뭐라 하면 게시판에 뭐라뭐라 떠들어 놓으니 그거 겁나서 야단도 못 친다는 거다. 어차피 그의 누워서 침 뱉기는 나를 위로하는 쪽보단 제자 깎아내리기 쪽에 무게가 실렸기에 한마디 해줬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제자로 대하지 않고 고객으로 대하니까 학생들이 그렇게 나오는 거겠죠.”

홍익대 미화원 아주머니들의 힘겨운 싸움이 49일 만에 타결됐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용역업체와의 협상이 타결된 것일 뿐 용역회사의 원청인 대학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고용승계 문제나 처우 개선 같은 것들이 얘기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대학이라는 거대한 교육기관을 세우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천박한 세계관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홍대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학교 측은 기본 생존권을 위해 차가운 길바닥에 앉은 학생들 어머니 또래인 그들을 “면학 분위기를 망친다”며 창피해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교정에서 책을 펴든 아주머니를 “학생들 보는 데서 왜 그러냐”며 황급히 쫓아냈다고 한다.

학생들이 그 시간에 학교 건물 안에서 ‘진리’랍시고 배우는 수많은 책들과 수업 내용들은 다 헛공부한 게 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잘 차려입은 학부모가 교정 벤치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고 해도 학생들 보는데 왜 이러냐며 쫓아냈을까? 장사를 하는 학교 측은 둘째 치고라도 진리와 인간에 대한 학업을 하는 곳이라면 아주머니들의 생존을 위한 타당한 투쟁과 휴식시간에 대학 교정에서 책을 보는 노동자의 모습을 오히려 훌륭한 학습의 장으로 삼았어야 했다.

그 비싼 돈을 들여가며 그 긴 시간 동안 그 많은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건 정작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지, 우리 사회에 대학이 대체 무슨 기능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는 대학은 이미 그 기본 정체성마저 상실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학문의 목적은 사람이다.


[참고자료]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65399.html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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