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관 도레이새한 사장
SPECIAL REPORT|CEO들의 인맥관리 비법
이 영관(62) 도레이새한 사장은 장거리 여행에서 탈것에 나란히 앉게 되는 것도 인연이라고 말했다. 이영관 사장이 제일합섬(도레이새한의 전신) 과장으로 구미공장에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한번은 서울 집에 다녀가는 길에 기차에서 허름한 차림의 사나이와 나란히 앉게 됐다. 세 시간의 기차 여행.
이 사장은 맥주를 권하며 늘 하듯이 상대방에게서 서로의 공통점을 끌어내려고 했다. 쭈뼛쭈뼛하던 사내가 대전쯤 내려가니 말수가 늘었다. 알고 보니 도굴꾼이었다. 그는 도굴을 어떻게 하는지, 도굴로 찾아낸 문화재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그 후 그에게서 몇 번 전화가 걸려왔지만 관계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사장은 “계속 만났다면 도굴한 문화재 한두 점 갖다 줬을지도 모른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과장 때 맺은 인연이 인맥으로
인 연이 인맥으로 발전한 경우도 소개했다. 제일합섬 생산관리과장으로 있을 때 가타키리라는 일본인이 구미공장에 함께 근무했다. 일본 도레이에서 파견 나온 그는 부장급 기술고문으로 제일합섬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지원하고 제일합섬에서의 테스트 결과를 본사에 보고하는 것이 담당 업무였다.
도레이는 일본 최대의 섬유 및 첨단소재업체. 그런데 사람이 깐깐한 데다 원리원칙을 고집하고 인정머리도 없었다. 그래서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역시 제일합섬은 물론 한국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간직하고 있었다. 생산관리과장은 그가 요구하는 데이터를 취합해 건네야 하는 자리였다.
이영관 과장은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 그때만 해도 제일합섬의 기술은 도레이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 이 과장은 그가 요구하는 대로 데이터를 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저녁 식사를 같이 하는 등 친밀하게 지냈다. 그러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이 과장이 연속중합설비 공장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느라 15일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을 땐 그가 “링거를 맞아야 한다”면서 병원에 데려갔다.
서 로 친해지자 제일합섬에 대한 그의 이미지도 좋아졌다. 두 회사 간의 관계도 긴밀해졌다. 본사로 돌아가면서 그는 후임자에게 “이영관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귀띔했다. 후임자는 그 후임자에게 이 과장을 ‘인계’했다. 이렇게 해서 도레이 안에 그의 인맥이 생겼다. 그중 도쿠나가 시게오란 사람을 통해 도레이의 회장·사장과도 알게 됐다.
1999년 도레이는 새한(구 제일합섬)에 60%의 지분을 출자한다. 이름도 도레이새한으로 바꾼다. 도레이는 이영관 전무를 사장으로 앉히려 했다. 그러자 새한의 오너들이 반대했다. 대주주인 도레이 측은 결국 뜻을 관철시켰다. 이 사장은 만 10년째 CEO를 맡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일본 도레이 전임이사와 도레이 한국대표도 겸하고 있다.
도쿠나가 씨는 도레이를 퇴직하고 도레이새한의 고문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 이 사장 방에는 그가 보낸 화분이 놓여 있었다. 화분엔 한국능률협회에서 받은 한국의 경영자상 수상을 축하한다는 리본이 달려 있었다. 이 사장 취임 후 도레이새한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엔 중국에 부직포 공장을 지어 해외에 첫 진출했고 불황 속에도 매출이 15.9% 신장됐다.
이 사장은 골프 핸디가 12다. 젊어서는 싱글 골퍼였다. 주량은 소주 2병. 그린에 나가면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낸다. 폼이 흔들리지 않으니 상대방은 거의 눈치를 못 챈다. 이렇게 해서 라운딩 내내 그 사람에게서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그
는 포브스 CEO 패널 서베이에서 인맥을 쌓고 다지는 데 유용한 수단으로 식사, 조찬 모임 등 특정 단체가 주관하는 커뮤니티
활동과 더불어 골프를 꼽았다. 점심 식사는 절반은 외부 손님과, 나머지 절반은 직원들과 한다. 인터뷰가 있던 5월 11일엔
고등학교 은사 네 분과 점심 식사를 했다.
스승의 날을 전후해 은사들께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그가 26년간
구미공장에 근무한 후 서울에 올라와 10년째 거르지 않는 연례행사다. 만나면 건강 상태도 여쭙고 준비한 작은 선물도 드린다.
환갑을 넘긴 제자가 반세기 전 만난 팔순의 은사들을 해마다 식사 자리에 초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은퇴하신 지 30년 가까이 되셨죠. 오늘은 ‘나이가 들면 별것 아닌 일로 친구가 떨어져나가니 친구들에게 잘하라’는 훈계를 들었습니다.”
부
서별로 돌아가면서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할 때면 “자네도 밥값을 해야지? 할 말 있으면 해봐” 하며 발언 기회를 준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CEO 자리에 오른 그는 전 직원의 역할 모델이다. 도레이새한 임직원은 공장까지 약 1000명. 그는
800명 시절까지 이름을 다 외웠다고 한다. 지금도 격주로 공장에 내려가면 직원들 이름을 부른다.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도 있지만 그냥 불러 본다. “잘못 불렀어도 얼마 전까지 자기 이름을 제대로 불렀다는 걸 아니까 ‘사장이 바쁘구나’
하겠죠. 속내를 알 순 없지만 저는 그냥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모임에 가면 자신의 이름을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싶은 사람에게
다가가 먼저 자기 소개를 한다.
이 사장은 지인의 경조사에 되도록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특히 조문은 거의 직접
한다. 갈 형편이 못 되면 부인을 보낸다. 부인에게는 “당신이 우리 회사 경조사 담당 부사장”이라고 농을 친다. 구미공장
직원들은 구미에서 중겙玆紵閨?교사를 지낸 부인이 가면 부담이 없어 더 좋아한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사람 대하는 법 배워
그
는 하루에 20~30건의 e메일을 직접 보낸다. e메일을 띄울 땐 용건을 꺼내기 전에 먼저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인터뷰가 있던 날은 새벽에 일본 출장 중인 전해상 상무에게서 아침 회의에 빠진다는 e메일을 받고 “일본에서도 신종 플루 감염자가
나왔다는데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답장을 했다. 문자 메시지도 보낸다.
하트, 물음표, 미소 짓는 얼굴 등
이모티콘도 구사한다. 이 사장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아버지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소학교만
나온 그의 아버지는 당시 대전에서 제재소를 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막역한 친구 네 사람과 전라도로 여행을 떠났다. 현대적인
정미소가 드물었던 전라도에서 공동으로 투자해 정미소를 하려고 현지 답사를 간 것이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스리쿼터의 조수석에 아버지가 타고 친구 넷이 화물칸에 자리를 잡았다. 운명의 여신이 이들의 우정을 샘낸 것일까? 태봉산을 지나던
트럭이 몇 번 굴렀다. 앞 자리에 탄 아버지는 처음 구를 때 튕겨나가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형제 같은 친구들은 불귀의 객이
됐다. 아버지는 제재소, 집 등 전 재산을 정리해 4등분 했다.
자신의 몫을 남기지 않은 아버지는 처자식을
할아버지에게 쫓아 보냈다. 그러고 나서 “죄를 지어 여기서는 못 산다”며 대전을 등졌다. 나중에 어머니에게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아버지에게 “어머니 말대로 5등분을 하지 왜 4등분 했느냐”고 물은 일이 있다. 아버지는 “내 몫은 산 목숨으로 받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아버지를 평생 떠올리며 살다 보니 희생 없이 내 잇속 차리겠다고 누구를 만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뇌리에 박혔습니다.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까지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손해 보고 귀찮은 정도면 계속 만납니다.
그렇게 계속 접촉하다 보면 대개 언젠가는 내 사람이 되죠. 이 점은 내부 고객인 우리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장이 진심으로
대하는 건지, 출세를 위해 자기들을 이용하는 건지 직원들이 알아요. 진솔하게 행동할 때 직원들이 따르고 리더십도 생기죠. 희생
없이는 내부 고객이든, 외부 고객이든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이영관 사장의 인맥관리 노하우
먼저 스스로 자기 희생을 하라
좋은 인간 관계는 자기 희생에서 나온다. 타산적인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상대방을 신뢰하고 진솔하게 대하라. 손해를 보더라도 만회하려 들지 말라. 첫 만남 전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 첫 대면을 하기 전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라. 출신 학교, 고향, 전공 등을 조사해 공통점을 찾아라. 그러자면 남보다 부지런하고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라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 지속적으로 만나고 e메일과 편지도 띄우라. 때때로 작은 선물도 보내라. 그래야 조건 없이 서로 돕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라 인간 관계에서 경청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으면 절대 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 |
글 이필재 편집위원, 사진 김현동 기자
[참고자료]
조인스 인물
http://people.joins.com/news/people_read_200605.asp?total_id=3653209
'ysl*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린제이 로한 (0) | 2009.07.03 |
---|---|
메간 폭스 (0) | 2009.06.29 |
자존감의 심리학 - 나다니엘 브랜든 (0) | 2009.06.28 |
파라 파세트 (0) | 2009.06.27 |
나경원 의원 (0) | 2009.06.22 |
한동대학교 최유강 (0) | 2009.06.22 |
SBS 신우철 피디 김은숙 작가 (1) | 2009.06.21 |
스톤 디자인의 앤드류 스톤 (0) | 2009.06.15 |
박재동이 그린 황지우 전 한예종 총장 (0) | 2009.06.14 |
부산대 1000억 기부 (주) 태양 송금조 회장 부부 (3) | 2009.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