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자동차 디자인

2005년 현대차 NF쏘나타의 뒷모습이 혼다 어코드를 꼭 닮았다고 해서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표절 논란이 있었지만, 법정에서 디자인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 경우는 거의 없다. 신차 출시에 수년이 걸리는 만큼 특정 업체의 특정 디자인을 베꼈다고 확실하게 가려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짝퉁차는 논외로 해야 한다. 이와 같은 '베꼈다' 또는 '표절' 논란을 떠나 '닮은꼴'을 이루고 있는 차들을 모아봤다.

◇닮은꼴의 집합체 '제네시스'

=어디서 많이 봤다고 했더니 이미 자동차 매니어들의 게시판에서 한바탕 논쟁 바람이 지나간 뒤였다. 제네시스의 얼굴인 엠블럼이다. 독수리 날개 모양에 '제네시스'라는 영문명이 꼭 영국의 세계적인 명차 '벤틀리'와 프리미엄 소형차로 불리는 '미니'의 엠블럼과 닮은꼴이다. 아무래도 독수리라는 동물이 연상시키는 날렵하면서 강인한 이미지를 따오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제네시스의 뒷모습은 BMW5를 닮았고, 후미 라이트는 렉서스의 LS와 유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면 라이트 부분은 도요타 캠리와 닮은꼴을 이룬다는 지적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네시스의 실내 디자인은 벤츠 S클래스, 쌍용 체어맨W와 닮은꼴을 이룬다. 실내 전체를 감싸고 있는 내부 장식이나 센터페시아가 주는 느낌이 비슷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추구하면서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디자인 추세를 따르다 보니 느낌이 비슷하게 나올 수 있다"며 "그러나 전체적인 디자인은 제네시스만의 고급스러움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닮은꼴 디자인이 대세"

=지난달 미국 뉴욕 모터쇼에서 기아차가 컨셉트카로 '소울'을 처음 공개하면서 전문가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새로운 형태의 박스카로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전체적인 느낌은 2005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스코다가 컨셉트카로 발표한 '예티' 또는 닛산의 '큐브'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 i30의 뒷모습은 BMW 1시리즈의 뒷모습을 연상시킨다. 두 선으로 3개의 면을 만들어낸 조합이 닮은꼴이라는 느낌을 확연하게 전해준다. 대신 세부적인 몇몇 디자인이 i30만의 독창적인 멋을 표현했다.

이 밖에 현대차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쿠페는 인피니티의 G37쿠페와 뒷모습이 닮았고, 기아차 오피러스는 재규어 S타입과 앞모습이 닮은꼴로 분류된다.

꼭 국산차가 수입차의 닮은꼴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1995년 쏘나타Ⅲ가 나온 뒤 6개월이 지나서 출시된 벤츠 C클래스도 헤드라이트 디자인이 쏘나타와 흡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의 경우 좀 더 독창적인 디자인 능력을 발휘해 해외 선두 업체가 따라올 만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조금은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유럽이나 북미 시장에서는 그 시장에서 유행하는 디자인 트렌드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중국에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쫓다 보면 닮은꼴이 나오게 마련"이라고 디자인의 현지화를 강조했다.

[자료출처]

[중 앙일보, CAR] 저 신차 ‘외제차 냄새’나네 (2008.04.14,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