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마트폰이 온다

[중앙일보 김창우.정선언] 요즘 미국에서는 직장인들 사이에 ‘블랙베리증후군’이란 게 있다. 스마트폰인 ‘블랙베리’로 e-메일을 확인하고 답하느라 엄지손가락이 저리고 무감각해지는 현상이다. 120여 국에서 1400만 명이 사용할 정도로 블랙베리의 높은 인기를 빗댄 농담이다. SK텔레콤은 이 제품을 하반기에 한국에 들여올 예정이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가 ‘블랙잭2’를, 대만 HTC가 ‘터치듀얼폰’을 선보인다. 그동안 국내에서 외면당했던 스마트폰이 다시 한번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 개인휴대정보단말기‘총아’=스마트폰은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중심의 기존 휴대전화와 달리 인터넷·e-메일·일정관리 등 PC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 무선 인터넷을 주로 쓰는 개인휴대단말기(PDA)에 전화 기능을 넣은 형태다. SK텔레콤 윤종진 부장은 “컴퓨터 키보드와 같은 쿼티(Qwerty) 자판에 윈도와 호환 가능한 운영체제를 갖춰 ‘손 안의 PC’로 불리기도 한다”며 “일단 기업용 고객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이 만드는 블랙베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대표 제품이다.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도 스마트폰의 일종이다. 삼성전자의 블랙잭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쿼티 키보드를 장착했고, 무선랜을 달아 인터넷 검색이나 e-메일 확인에다 워드·엑셀 등 오피스 파일도 열어볼 수 있는 모델이다. 삼성전자 김정현 부장은 “블랙잭은 2006년 북미지역에서 출시, 1년 만에 200만 대 이상이 팔렸다”고 소개했다.

# 국내에선 아직‘찬밥 신세’=국내에서도 블랙베리는 2006년부터 KT파워텔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0130’번호를 쓰는 무선통신망(TRS)용 무전기로만 보급 중이다. TRS 단말기라 서비스지역도 제한된 데다 한글자판도 지원되지 않아 가입자가 1000여 명 수준이다. 이는 스마트폰이 e-메일 등을 보기는 편하지만, 멀티미디어메시지(MMS)를 보내는 등 국내 휴대전화에서 주로 쓰는 기능이 빠져 있어서다. 이는 정부가 2005년부터 모든 이동통신기기에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한 국내 모바일 소프트웨어 표준인 ‘위피(WIPI)’ 때문이다. 위피는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서로 다른 이동통신 서비스 간에 MMS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모바일’이나 리눅스 계열의 ‘노벨’ 등의 운영체제를 채택한 스마트폰은 위피 기반의 국내 휴대전화용 프로그램을 돌릴 수 없다. 유무선 인터넷망이 잘 갖춰진 ‘IT 강국’의 인프라도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약화시켰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PC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 굳이 스마트폰을 이용할 필요가 적기 때문이다. 위피를 탑재한 블랙잭의 판매량도 3만대에 머무르는 이유다.

#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 오나=그럼에도 국내에서 가장 많은 휴대전화 가입자(2200만여 명)를 갖고 있는 SK텔레콤이 스마트폰 서비스에 나서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트북PC는 스마트폰보다 상대적으로 큰 데다 늘 전원을 켜고 다닐 수 없는 불편이 있다. 반면 스마트폰은 이동성이 좋고, 전력 손실이 적다. 여기다 스마트폰의 주요 용도는 e-메일·일정관리인 만큼 음성통화 중심인 휴대전화와는 차별화된 시장이 있다. SK텔레콤은 우선 건설현장이나 영업일선용으로 블랙베리를 보급한다는 전략이다. 디자인도 예전보다 개선되면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LG경제연구소의 이영수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소비자는 휴대전화기보다 기능이 많은 만큼 단말기가 약간 큰 스마트폰의 디자인에 거부감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그는 “요즘 터치폰 등 기존보다 큰 휴대전화도 잘 팔린다”며 “블랙베리처럼 휴대폰 못지않은 디자인의 스마트폰은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우·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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