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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알리바바를 보는 허탈함에 대하여

[중앙일보] 입력 2014.09.24 01:01 / 수정 2014.09.24 01:01


양선희
논설위원


  중국발 알리바바가 지구촌을 흔들었다. 지난주 알리바바의 미국 증시 상장을 전후로 월스트리트저널·블룸버그 등 글로벌 미디어들이 내내 쏟아낸 보도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은 새로운 일도 아니다. 이미 28개나 있다. 그런데 이런 법석은 처음이다. 그러더니 19일 상장하자마자 가격이 치솟아 단박에 시가총액만 2000억 달러가 넘어섰다. 시총 규모로 세계 IT 기업 4위.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다음이다. 삼성전자 시총 규모는 1700억 달러 선이다.

  알리바바가 뭐길래? 롤모델은 미국 ‘아마존’이라는데 거래방식은 ‘이베이’를 베낀 중국형 전자상거래업체다. 미국 이베이가 일찌감치 중국 소비자(C2C)시장에서 손 털고 나가게 한,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의 80%를 점유한 기업. 성공한 대부분의 중국 기업이 그렇듯 이미 세계시장에서 검증된 성공모델을 하이브리드하게 베껴 드넓은 중국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이나 성공가능성은 낮게 평가되는 중국 내수용 기업이다. 그래서 그들을 혁신기업이라 부르진 않는다.

 한데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제 중국이 혁신할 수 없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버릴 때”라며 관점을 바꿨다. 그들은 중국 기업의 성공을 ‘상업화를 통한 혁신’이라고 했다. 서구 기업이 추구하는 ‘빅뱅’과 같은 혁신이 아니라 남의 기술을 재빨리 모방해 점진적 발명을 더해 중국시장에서 팔리도록 하는 실용적 혁신을 했다는 것이다. 짝퉁이라도 중국시장에서 잘 팔리니 혁신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13억 중국시장의 힘은 미국 언론으로 하여금 혁신의 개념까지 바꾸도록 했다. 한국 기업엔 소소한 디자인을 도용했다며 달려들던 애플도 ‘짝퉁 아이폰’임을 대놓고 자랑하는 샤오미엔 입을 꾹 다문다. 이 역시 거대한 중국시장의 힘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허탈함이 밀려든다. 그동안 우리는 ‘글로벌 리딩 기업은 기술 혁신의 산물’이라고 신앙처럼 믿었다. 애플·구글·MS가 그랬으므로. 한데 알리바바는 잘 베껴서 4위 자리에 섰다. 우린 ‘짝퉁 아이폰’ 샤오미가 중국시장에서 삼성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하는 광경도 봤다. 짝퉁도 주인공이 됐다.

 이렇게 불공평해 보이는 현상은 좌절과 상실감을 준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세계가 알리바바로 들썩이는데 국내에선 냉담했다. 상장 이전에 가장 많이 다뤄진 뉴스가 알리바바에 투자했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일본 내 1위 부자가 됐다는 정도였다. 국내 전문가들 평가도 후하진 않다. 알리바바의 지속성장과 국제경쟁력 확보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단다. 척박한 땅에 태어나 국제경쟁력에 목숨을 걸고 혁신만이 살길임을 외치는 우리에게 알리바바는 ‘조상 잘 만나 드넓은 땅을 물려받은 덕에 땅 짚고 헤엄치는’ 것처럼 보여 아니꼽다.

 한데 어쨌든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시장이 미국·중국의 양강체제가 된 게 현실이다. 중국 기업들은 주요 기술을 사들인다. 창의적 한국 벤처들은 그들의 포식 대상이다. 알리바바가 성장 한계에 부닥쳐도 거대한 중국시장이 멈추진 않는다. 새로운 중국 스타는 계속 나올 거다. 중국시장 성공 자체가 혁신이라는 건 바로 이런 뜻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옛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알리바바 현상’은 우리에게 이제 ‘ICT 강국’이라는 자만심을 내려놓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서글프지만 생각과 태도를 바꿔야 하는 건 중국이나 세계시장이 아니라 우리다. 분명한 건 한국 IT산업은, 우리 산업 전반이 그렇듯 중국발 위기 앞에 섰다. 눈 감고 속 좁게 군다고 현실이 바뀌진 않는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중국 하청기지’ 운운은 이르다. 우리는 늘 위기에 강했으므로. 거대시장 자체가 혁신으로 인정받는, 새로운 ‘샌드위치’ 국면에 우린 빨리 옛 성공의 기억을 잊고 새 게임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또다시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나설 때가 됐다.

양선희 논설위원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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