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새 사업 - 태양전지, 2차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삼성이 새 사업에 잇달아 손을 대고 있다. 해당 사업을 벌이던 다른 재벌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최근 석유정제업 등록을 했다. 상반기에는 LPG 저장탱크 준공식을 하면서 LPG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삼성토탈은 석유화학 회사다. 그동안 정유사로부터 나프타(조제 휘발유)를 매입해 섬유 원료 등으로 쓰이는 폴리에틸렌 등을 만들어 팔았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다시 정유사에 되팔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 부산물을 가공해서 휘발유·항공유를 만들어 팔 수 있다. 정유업은 그야말로 재벌의 각축장. SK·GS·현대중공업 그룹과 S-oil이 사업을 하고 있다. 꽉 짜인 시장에 삼성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9일 "정해진 것은 없으나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폴리실리콘은 빛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 발전'의 핵심 재료다. 국내에서는 OCI(옛 동양제철화학)이 생산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이미 삼성물산은 2008년에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어 운영 중이고 바이오디젤 사업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에너지'가 탄생할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석유부터 태양광, 바이오디젤까지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를 모두 아우르게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야뿐 아니다. 삼성SDI는 지난 10일 자동차용 2차 전지를 만드는 자회사인 SB리모티브의 울산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의료기기 회사인 메디슨의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호텔신라는 모두투어인터내셔널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여행업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으나 삼성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제휴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삼성SDS는 지난달 26일 교육업체인 크레듀의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그룹사가 삼성이 최근 뛰어든 분야와 겹치는 사업이 한두 개씩 있다"며 "솔직히 다음은 무슨 사업을 벌일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을 무서워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삼성전자가 14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을 비롯해 삼성 계열사들은 천문학적인 '실탄'을 확보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 5월 태양전지, 자동차 2차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다섯개 산업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한다고 했다"며 "그것을 천천히 실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