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업에서 의학교육이 필요한 이유 | |
[뉴스등록시간 : 2010년 04월 30일(금) 12시 00분 ] | |
아직까지 과학수업에서 의학적 내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과학 문제들을 살펴보면 의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상당히 많다. 줄기세포
연구, 복제 및 장기이식 문제, 신약 개발, 불임과 낙태, 그리고 식물상태에 놓인 환자들에게 연명치료를 계속 해야 하는가 하는
논쟁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과학수업에서 다루어 보면서
의학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르치고, 의학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의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 문제 중에서 연명치료중단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소개하고, 이러한 문제들을
과학 수업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뇌 사와 식물상태
많은 학생들이 뇌사와 식물상태의
차이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뇌사는 대뇌와 뇌줄기가 모두 손상되어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성인
뇌사환자는 일반적으로 뇌사 상태로 수일 이상을 지속하지 못하고 심장이 멎는 경우가 많다. 현재 뇌사는 법적인 사망으로 여겨져 더
이상 특별한 논쟁거리가 되지는 않는다.
2008년 초,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털
플라이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인도네시아 선수 헤리 아몰에게 3 : 0 판정승을 거둔 최요삼 선수, 급작스런 뇌출혈로 인해
승리의 기쁨을 채 누리지도 못한 채 병원으로 실려 갔던 사건이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응급실로 실려가 3시간에 걸쳐 뇌수술을
받았으나 그의 의식은 돌아오지 못했고, 9일 만에 뇌사판정위원회에서는 뇌사 판정을 내렸다. 뇌사 판정 직후 최요삼 선수의 산소
호흡기는 제거되었고, 선수의 간, 콩팥, 심장, 각막 등의 주요 장기는 오랜 질병을 앓고 있던 환자들에게 이식되어 새 생명을
찾아주었다.
그러나 식물상태에 대한 연명치료는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다. 식물상태는 대뇌에 광범위한 손상을 받는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식물상태에 놓은 환자들은 눈은 깜박거리지만
자신과 주위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어떤 말도 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도
않는다. 소변이나 대변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
그러나 수면 주기가 살아 있어서
적당한 때에 수면을 취하고 일정 시간 수면을 취하고 나면 눈을 뜨고 깬다. 심지어, 식물상태에 놓인 환자들의 팔과 다리에 강한
통증을 주는 경우 피하는 모습이나 쫙 펴는듯한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은 뇌줄기(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구조)라고
불리는 기관의 기능이 살아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씹기, 빨기, 삼키기 등은 뇌줄기 반사라는 기전에 의해 나타날 수 있으며, 빛에
대한 동공반사나 심장 및 호흡기능도 보존된다.
식물상태에 놓인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연명치료 중단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첫째, 인공장치에 의존해 사회적으로
무의미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와 같다고 여기고, 둘째 이미 관행적으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엄격한 법적 절차를 세워 연명치료 중단을 실시하는 것이 연명치료 중단으로 인한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셋째,
환자로 인해 가족들이 안게 되는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들이는 의료비는 사회적으로 볼 때
매우 막대하다는 것이다.
반면 연명치료 중단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첫째, 인간 생명에 대한 결정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인간이 인위적으로 생명을 끊을 수 없으며, 둘째, 회복이 불가능 하다는 판단은 현재의 의학수준에서 논의되는 것이므로
정확한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셋
째, 식물상태에 놓인 환자를 간병하는 것이 병원비 등으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을 가져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에게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다.
연 명치료 중단 논쟁
연명치료 논쟁과 관련된 실제 사례들은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98년 ‘보라매병원 사건’은 치료를 중단하면 곧바로 숨질 가능성이 높은 중환자를 의사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강력한 퇴원 요구(치료 거부)로 숨지게 한 결과 의료진에게 살인죄가 적용된 사례이다. 물론 그 당시 상황은 연명치료 논쟁과 거리가 있긴 했지만, 이때부터 의사들은 연명치료 중단을 꺼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9년 초 지속식물상태의 김 할머니와 관련된 법원 판결은 정반대였다. 김 할머니는 폐 조직 검사 중 과다출혈 및 이에 따른 뇌의 저산소증으로 식물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김 할머니 가족들은 오랜 병수발 후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요청을 했고, 대법원은 국내 최초로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2009년 중순에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여러 차례 토론회를 거쳐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기본원칙’ 9항을 모았다. 안락사 및 의사조력자살은 허용되지 않지만 회생 가능성 없는 말기 환자에서 단순히 죽음의 시간을 연장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현 대 의학이 낳은 갈등
반드시 식물상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시골 산 구석에 있는 한 어르신이 중풍으로 의식 없이 오래 누워 있다가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곧 숨을 거두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만약 이 환자가 며칠 전 숨이 가쁘기 시작할 때 가족들이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갔더라면
아마 의사 및 치료진은 환자의 호흡기 치료를 위해 기도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로 생을 연명시켰을 것이다.
현대 의학의 힘을 빌려 환자의 폐렴은 호전되어 퇴원 후 다시 집에서 누워 지내셨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환자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계속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을 수도 있다. 입원 기간이 한 달이 넘어가고 가족은
수백만 원이 넘는 진료비 청구서를 벌써 몇 차례 받으면서 많이 힘들어 한다. 가족들은 이러한 의식 없는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의학이 낳은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연명치료와 관련해서 과학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토론을 진행해 볼 수 있다. 어떤 학생들은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결정할 수 있다”라고 대답하거나,
“그건 인간이 다룰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라고 단편적으로 주장할 수도 있다. 물론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관이나 종교적
믿음을 갖고 있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경험들을 쌓아왔기 때문에 같은 질문에 여러 가지로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은 누구도 결정하기 힘든 어려운 영역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도, 법을 제정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수업시간을 통해 현대 의학이
야기하는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하면서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해보고, 흔히 접할 수 있는 질병에 관련된
의학 지식을 배우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일 것이다.
이진수 아주대학교의료원 신경과전문의 jinsoo22@gmail.com
글쓴이는 아주대학교 의학과 졸업후 동대학원에서 석사․박사를 받았다. 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봉직 후 현재 아주대학교의료원에서 임상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자료출처]
http://online.kofst.or.kr/Board/?acts=BoardView&bbid=1020&nums=8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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