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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날개의 '홍세화가 말하는 홍세화'는 조용히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을 듯하기에, 길지만 전문(全文)을 소개하고 싶다. 감상적이면서도 선비, 지사(志士)의 풍모가 엿보이는 글이다. 수염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는 그가 변치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홍세화가 말하는 홍세화

두가지 우연이 있었다. 하나는 프랑스 땅에 떨어진 것. 또 하나는 파리에서 빈대떡 장사를 할 자본이 없었다는 것. 아무 카페든지 한 귀퉁이를 빌려서라도 빈대떡 장사를 해보겠노라고 마누라와 꽤나 돌아다녔다. 그 때 수중에 돈이 좀 있었다면 지금도 열심히 빈대떡을 부치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나는 빈대떡을 아주 잘 부친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 대신에 '나는 빠리의 빈대떡 장사'?

글쎄,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아무튼 두가지 우연과 몇가지 필연, 그리고 서울대 출신이란 게 합쳐져서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나는 나이를 꽤나 먹었지만 나이 먹기를 꽤나 거부하려고 한다. '양철북'의 소년도 아니면서 말이다. 나이 먹기를 거부한다는 게 주책없는 일임을 안다. 그렇다고 거게 하릴없는 수작이라고까지는 생각지 않는다. 장교는 나이를 먹으면서 진급한다. 사병은 나이를 먹어봤자 사병으로 남는다. 실제 전투는 주로 사병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이 사병으로 남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 그럼 나는 끝까지 사병으로 남겠어. 오래 전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따라서 나에겐 나르시시즘이 있다. 내 딴에는 그것을 객관화함으로써 자율통제 하려고 애쓴다. 그러면 전투는 왜 하는가? 살아야 하므로. 척박하나 땅에서 사랑하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싸워 작은 열매라도 맺게 하는 거름이고자 한다. 거름이고자 하는 데에는 자율 통제가 필요치 않다. 욕망이 춤춘다. 그렇다. 나는 살아서 즐거운 '아웃사이더' 이고 싶다.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 (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

1947년     서울 출생.
      경기중고등학교 졸업.
1966년     서울대 공대 금속공학과 입학.
1967년     10월 그만둠.
1969년     서울대 문리대 외교학과 입학.
      문리대 연극반 활동.
1972년     '민주수호선언문' 사건으로 제적.
1977년     졸업.
1977-79년     '민주투위' '남민전' 조직에 가담.
1979년 3월     무역회사 해외지사 근무차 유럽으로 감.
      남민전 사건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빠리에 정착.
1982년 이후     관광안내, 택시운전 등 여러 직업에 종사하면서 망명생활중.
1995년     자서적 고백인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발간.
1997년     『르 몽드』에 실린 기사묶음인 <진보는 죽은 사상인가> 번역.
1999년     문화비평 에세이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발간.
2000년     단행본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격월간 <아웃사이더> 발간.

* 홍세화의 개인 홈페이지  http://www.hongsehwa.pe.kr/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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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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