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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빌딩숲 안에 사람 냄새나는 장터 있었네

박복한 공인의 운명이다. 언제부턴가 은마아파트는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 등락의 척도가 되어버렸다. 우리 동네 부동산 시세는 몰라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30평대 아파트가 대략 얼마에 사고 팔리는지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뉴스에서 매일 전문가의 입을 빌려 은마아파트의 시세 동향을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때의 가격도, 파격적으로 떨어졌을 때의 가격도 억 소리 나긴 마찬가지. 은마아파트는 서울의 금싸라기 땅을 차지하고 있는 곳답게 '금마(金馬)아파트'라는 별명이 너무 자연스러운 곳이다.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은마아파트를 처음 보게 되면 깜짝 놀라는 것도 영 무리는 아니다. 은마아파트는 세련과는 거리가 먼 외관을 지닌 허름하고 서민적인 아파트일 뿐이다. 1976년 강남 개발의 신호탄으로 지어진 4400세대짜리 현대적인 아파트 단지는 이제 고쳐 써야 마땅한 강남 재개발의 상징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허허벌판에 비닐하우스만 듬성듬성했던 주변 경관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 각종 대형마트와 학원들이 즐비한 빌딩숲으로 변했다.

옛 시절의 강남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은마아파트는 경제적인 가치를 떠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역사적인 명소가 분명하다. 단지를 돌다 보면 실제로 현대적인 주거 문화의 꿈을 안고 강남으로 입성한 1970~80년대 서민들의 자취가 켜켜이 배어나온다. 당시로선 필요 이상으로 넓게 지어져 무용지물론에 시달렸던 지상주차장, 오래 한 자리를 지키며 아파트와 함께 무럭무럭 성장해온 무성한 나무들. 이 중 은마아파트의 역사를 온몸으로 증명해주는 산 증인을 꼽으라면 단연 아파트 초입에 방패처럼 버티고 있는 3층짜리 낮은 건물 은마종합상가다.

지하 입구에 들어서면 '없는 것 빼고 있을 건 다 있는' 요지경이 펼쳐진다. 몇십 년째 한 자리를 지키며 장사를 해온 덕에 저 멀리 분당에서까지 단골들이 찾아온다는 과일가게와 생선가게, 김구이를 비롯한 각종 반찬들을 정갈하게 차려내는 반찬가게, 간식용 떡들을 입구에 예쁘게 전시해놓은 전통떡집, 지금은 강북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털실가게와 한복집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가게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강남 부동산의 상징, 은마아파트. 하지만 그 안의 상가는 소박한 재래시장일 뿐이다. 500원짜리 뻥튀기 아이스크림과 떡볶이 3종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곳. 은마종합상가다. / 영상미디어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한 바퀴를 느릿느릿 걷는 것만으로도 신선하고 즐거운 체험이지만, 은마상가를 찾은 이상 맛집 방문을 절대 빼놓아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맛집은 지하상가 입구에 있는 맛나분식(02-557-7040). 별다른 조미를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적당히 달콤하고 매콤한 국물 맛이 중독성 있게 입에 감긴다. 쌀떡, 밀가루떡, 궁중떡볶이까지 떡볶이 3종 세트에 각종 튀김과 순대를 섞은 세트 메뉴가 이 집의 인기 아이템. 배를 적당히 채운 후 두 장의 뻥튀기 사이에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가득 채워주는 뻥튀기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상가를 누비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시장 순례가 완성된다. 커다란 뻥튀기 아이스크림의 가격은 단돈 500원.

은마종합상가 왕만두·흑미찐빵.
아직 배를 채울 여력이 남았다면 25년 역사의 은마왕만두(02-555-7715)에서 갓 쪄낸 왕만두와 통만두, 흑미찐빵을 맛보는 것도 괜찮다. 1개에 1000원짜리 왕만두는 속이 꽉 찬 은마상가의 대표적인 영양 간식이다. 간식 대신 제대로 된 일품식을 맛보고 싶다면 산월수제비(02-556-8229)에서 칼국수와 수제비를 반씩 섞은 일명 칼제비를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 집은 점심시간이면 30분 이상 길게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담장 높은 음식점'이다. 오래 기다려 다리가 저릴지라도 국물 한 숟갈을 뜨고 나면 피곤함이 금세 가신다. 멸치국물의 칼칼함과 감자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묘하게 기품 있는 맛이 우러나온다.

은 마아파트만큼이나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잠실 장미아파트 내의 장미종합상가도 재미난다. 그중 최고 추억의 맛집으로 꼽히는 곳은 뽀빠이 분식(02-416-7235)과 할아버지 돈가스(02-413-2245). 뽀빠이 분식의 대표 메뉴는 쫄면과 라면을 반씩 섞어 고추장에 달달 볶은 일명 '쫄라'와 '뽀빠이 비빔밥', 할아버지 돈가스의 대표 메뉴는 고기 맛보다 빵가루와 양념 맛이 더 선명한 얇고 넓적한 분식점 돈가스다. 그 자체로 최고의 맛이라 자부할 순 없지만, 학창시절 추억이 어우러져 감히 그 맛을 논할 수 없는 '추억의 맛'이 완성된다.

은마상가와 장미상가가 주부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재래시장이라면, 논현동 동현상가는 술 좋아하는 아저씨들이 좋아할 만한 재래시장이다. 신선한 문어숙회를 대표메뉴로 내놓는 동현상가의 돌곰네(02-3446-2928)는 대낮부터 문어숙회와 문어 비빔밥 한 그릇에 소주를 즐기는 손님들로 연일 장사진을 이룬다. 자세히 보면 먹는 법도 독특하다. 문어를 초장이나 참기름에 찍어먹지 않고 김을 한 장 깐 후 톳을 수북이 올려 함께 싸먹는다. 무료로 제공되는 꽁보리밥은 향토의 맛을 자아내는 인기 메뉴.

대형마트에 밀려 점점 자취를 감춰가는 재래시장 맛집들을 휘황찬란한 강남 빌딩숲 사이에서 오밀조밀 찾아내는 재미. 세련된 골목길에서 찾아낸 서민적인 맛집들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달콤하고 경이롭다.

가는 길 서울 지하철 3호선 대치역에서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은마종합상가 건물이 나온다. 아파트 편의시설인 만큼 메인 입구는 대로변이 아니라 아파트 안쪽에 나 있다. 1층 1번 출구로 들어가면 A상가와 B상가를 모두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다. 재래시장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지하 매장 위주로 둘러보면 된다. 1만 원 이상 구매시 1시간 무료주차. 첫째 셋째 주말은 휴일이다. 장미상가는 지하철 2호선 잠실역과 성내역 근처, 동현아파트 상가는 학동역 근처에 있다. 두 곳 모두 지하철역에서 도보 15분 거리. 걷기에 그리 만만치 않지만, 느긋하게 강남 거리를 산책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자료출처]
조선일보 2010.9.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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