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시간강사 한경선
한경선씨는 딸 이(16세, 고등학교 1학년)양과 함께 지난 2월 25일 어스틴에 도착했다. 한경선씨가 정확하게 언제 한국에서 출국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LA, 뉴욕을 거쳐 2월 25일 어스틴에 도착, 32번가 근처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발생한 27일 새벽에는 함께 있던 딸이 경련을 일으키는 한경선씨를 처음 발견했으며 모텔관계자의 도움으로 911을 통해 St. David Medical Center로 옮겨졌다. 한경선씨는 곧바로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 치료를 받았지만 오전 11시경 사망했다.
이 글을 받으실 때, 저는 이곳 오스틴에서 그토록 바라던 평온한 휴식을 비로소 얻게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2004 년 공부를 마치고 귀국 후 정신 없이 일하며 보냈던 처음 1년을 제외하고는, 제정신을 갖고는 결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던, 어떤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넘으려 발버둥 거리며 만 4년을 보낸 후 이곳 오스틴에서 비로소 갈망하던 안식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삶을 마감하면서 이 글을 쓰는 것은, 더 이상은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며, 또한 그럴듯한 구호나 정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진정한 반성과 성찰 없이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사항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귀국 초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듯, 열심히 강의하고 논문 쓰면 학교에 자리를 잡을 수 있으리란 마음으로 하루를 쪼개어 고시원과 독서실을 전전하며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열심히 논문을 쓰며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선 이러한 연구업적과 강의경력과는 다른 무언가가 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기 위해서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뜻 맞는(이해가 맞는) 몇몇 학교들끼리 연합해서 압력을 가하기 위해 한 특정인의 학교 임용을 가로막아, 그의 학문적 업적이나 발전을 저해함으로써 경쟁에서 도태되어 결국엔 그의 삶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부양가족을 지닌 경제적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다년간 시간강사로 버티기는 불가능하고, 강의교수로 지내면서 임용에 필요한 정도의 논문을 쓰기는 사실상 거의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
장의 규모가 비교적 적은 이곳에서 기업체의 불공정 단합처럼 몇몇 학교들의 이해단합이 더욱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며,
이는 공정한 경쟁에 기초한 상생발전의 원리를 거스르는 것으로, 개인과 학교 그리고 나아가 국가와 학문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음이
분명할 것입니다. (....)
현 체제에서 최고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는 대학에서 행하는 모순과 불공정한 처사는 같이 일하던 동료교수의 파면을 통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났습니다.
그의
파면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학교측의 주장들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보이고, 이의 행정적, 법적절차를 위해 그들이 제시한
서류들과 주장들을 보고 전해 들으면서, 이 기관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했습니다.
그동안
겪은 이러한 부조리와 모순은 열심히 연구와 강의를 하리란 초기의 순수한 열정에서 이 사회에 대한 환멸과 더불어 애초의 희망과
비전을 접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저와 같은 이가 있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기원을 위해 두서없이 이 글을 써서
전해 드립니다.
2008년 2월 25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한경선 드림 (자필 사인) "
[참고자료]
http://blog.daum.net/_blog/BlogView.do?blogid=02FUh&articleno=12507370#ajax_history_home
'ysl*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 (1) | 2008.05.06 |
---|---|
미녀는 괴로워 김아중 (0) | 2008.05.03 |
메가스타디 손주은 원장 (0) | 2008.04.27 |
작곡가 이영훈 (1) | 2008.04.26 |
MBC 권재홍 (0) | 2008.04.17 |
한국독성병리학회 독성병리 전문가 명단 (0) | 2008.04.12 |
미래 사목연구소 차동엽 신부 (0) | 2008.04.11 |
광주가톨릭대학 성서신학 교수 김혜윤 수녀 (1) | 2008.04.11 |
송명희 (0) | 2008.04.11 |
재인 출판사 박설림 (1) | 2008.04.09 |